춘천 안경원은 무한게임을 하고 있다.

by 박동기

무한 게임은 말 그대로 시간이 무한대로 주어지는 긴 게임이다. 참여자도 규칙도 정해져 있지 않고 명확한 종료 지점도 없어서 사실상 ‘이긴다’라는 개념도 없다. 무한 게임의 주목적은 게임을 계속해나가며 그 게임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베트남전을 예로 들어 보자.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졌다’라는 말보다 전쟁을 지속할 의지력과 자원을 소진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미국은 베트남전을 유한 게임이라고 생각했고 북베트남은 무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이기기 위해 싸웠지만, 북베트남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숫자상으로 모든 것이 우세했음에도 미국은 수렁에 빠졌다. 유한 게임 방식으로, 무한 게임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춘천에서 무한 게임을 하고 계신 한 분을 만났다.


안경테를 서울 강남역에서 35,000 원짜리 싼 것으로 했더니 안경다리가 뿔어졌다. 교환을 하자니 교통비와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서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가 남는 안경테에 끼워 보려고 시도를 했다. 안경 렌즈를 빼려고 하는데 여간해서 빠지지가 않는다. 이것도 빼는 방법이 있는지 힘으로 해도 안경 렌즈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근처 안경점을 네이버 지도로 검색을 했다. 진짜 안경 렌즈만 빼서 갖고 있는 다른 안경테로 이사만 시켜달라고 할 작정이었다.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서울 안경원에 갔다. 이 춘천 시골에 그나마 걸어서 갈 수 있는 안경점이 가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춘천은 우리 은행에 업무를 보려 해도 30분을 차로 끌고 다녀와야 한다. 왕복 1시간이 훌쩍 넘는다. 아파트에서 걸어가는 거리에 안경점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서울 안경점에 들어서니 60이 넘으신 35년 경력의 안경사 남자분께서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예상대로 한산했고 주인분 아저씨는 무료함에 지쳐 사람을 보니 무척 반가워하셨다. 안경알을 교체하다 말고 안경 각도를 재기 시작하고 내가 쓴 안경까지 점검하시기 시작한다. 나를 앉혀놓고 이것저것 측정도 하신다. 난 단지 안경 렌즈만 사는 것도 아니고 교체를 하러 갔을 뿐인데 말이다.


주인 안경사 아저씨가 손님도 없는데 잘 됐다면 나를 붙잡고 거의 2시간 동안 이것저것 측정을 했다. 내 안경을 모두 검토한 결과 제대로 초점이 맞는 안경이 하나도 없다는 결론을 내리셨다. 그래서 집에 있는 것도 모두 갖고 와 보라고 하시길래 집에 가서 갖고 있는 안경을 모조리 다 가지고 갔다. 그런데 아저씨는 안경 중에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하신다.


안경은 이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첫째로 안경이 안으로 구부러진 곡선이 되어야 한다. 안경이 곡선이 되지 않고 직선이거나 얼굴이 커서 안경 렌즈가 앞으로 튀오나 오는 경우에는 초점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그래서 이 안경만 쓰면 어지러워 안과까지 다녀왔는데 의사 선생님은 전혀 눈에 이상이 없다고 하셨다. 그 문제점의 답은 안경이 안쪽으로 곡선이 된 것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튀어나가다 보니 눈의 각도가 맞지 않아 어지러웠던 것이었다.


둘째로 사람마다 눈동자 간의 간격이 다 다르다. 나는 눈동자 간격이 6.8cm이다. 62. , 6.4, 6.5cm 미터 사람마다 모두 다 다르다. 그런데 이것을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초점을 맞춰주면 안경을 썼을 때 편안함이 없고 어지러워진다. 눈동자 간격에 맞게 초점을 맞춰 안경을 제작해야 한다.


셋째로 안경의 폭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얼굴 폭이 다 다른데 보통 안경의 너비는 대부분 2종류밖에 없다. 머리가 좀 크면 폭이 좀 넓은 것으로 해야 안경의 왜곡이 없다. 폭이 작은 안경테 라만 안경다리가 부드럽게 구부려져서 안경 렌즈 있는 부분이 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경렌즈 있는 부분이 휘어지면 굴곡이 생겨 어지럽고 눈이 피로하다.


넷째로 일본산이 꼭 좋은 것이 아니고 요즘은 국산 안경 렌즈가 더 품질이 좋다. 안경점에서 비싼 것을 권하는 이유는 남는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일본 니콘 제품들이 좋았지만 지금은 저렴한 국산 제품이 자외선까지 차단하면 더 훌륭한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꼭 비싼 것만 좋은 것이 아니다.


다섯째로 명품 안경테라 할지라도 자기에게 맞지 않으면 명품도 무의미하다. 나는 유명 메이커 안경테를 36만 원짜리를 구매했다. 그런데 김구 선생 안경처럼 이상하다는 소리를 무척 많이 들었다. 그래도 비싸게 주고 샀으니 멋있을 거야 라는 고정관념으로 계속 쓰고 다녔다. 그런데 그 명품 안경을 쓰면 어지러웠다. 폭이 좁아서 안경테의 앞으로 튀어나가 초점이 맞지 않다 보니 눈이 아파진다. 렌즈를 좋은 것 했는데도 자외선 등을 차단 못하니 눈이 금세 피로해진다. 명품이 꼭 좋은 것은 아니고 자기 눈에 맞는 안경이 좋은 안경이다.


여섯째로 안경 도수를 너무 높이면 어지럽다. 보통 초보 안경사는 안경 도수를 각각 양쪽 눈을 1.0으로 맞춘다. 이러면 도수가 높아 걸을 때 어지럽다. 한쪽을 각각 0.9 정도로 맞춰놓아도 양쪽을 다 보면 1.0이 된다. 도수를 높이면 어지럽기만 하다. 두 눈으로 보면 1.0이 되기에 양쪽 눈은 각각 0.9 기준으로 맞춰놓아야 한다.


이런 것들을 알고 안경을 구매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보통 안경점에 가면 사람들이 많아 나를 이렇게 세심하게 관찰해 주지 못한다. 턱을 어느 농장의 트랙터가 보이는 그림이 선명했다 흐려졌다 몇 번 하고 눈을 측정한다. 괴물 같은 안경을 끼워놓고 보이냐 안 보이냐만 따지고 다음 사람 손님을 맞는다. 안경테, 안경렌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안경사가 자기 눈에 맞게 정확하게 진단을 해서 맞춤형 안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양복을 기성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맞춤형 양복을 사는 것처럼 자기 눈에 꼭 맞는 안경을 구매를 해야 한다. 아버지 양복을 빌려 입으면 얼마나 불편한 것처럼 자기에게 맞지 않는 안경은 어지럽다.


나는 안경사를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내 안경을 했던 사람은 20대나 30대의 대부분 경력이 10년이 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경력이 10년이 넘는 사람에게 해보았는데도 눈은 편하지 않았다. 그만큼 안경사의 실력도 천차만별인 것이다. 정형화된 기준이 없기에 좋은 안경사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안경이 비싸다고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춘천 시골에도 가격은 싸며 명품보다 더 좋은 안경테와 안경 렌즈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저렴하게 안경테와 안경렌즈를 했다. 2시간 동안 손님이 하나도 오지 않아 안경사는 나한테만 오롯이 집중을 했다. 하얀색 뿔테 안경을 하고 회사에 가니 젊어 보인다고 한다. 그 직원한테 뭐 시원한 차라도 한잔 마실래 했다. 하얀색 뿔테 안경을 갖고 싶었는데 꿈이 이뤄졌다. 안경을 하루 종일 쓰고 지금도 쓰며 글을 쓰고 있는데 너무나도 편안하다. 안경 쓴 이후로 이런 만족감은 처음이다. 개성도 있고 눈이 너무나도 편안하다. 눈이 편안하다 보니 인상도 편해지고 외모가 한층 더 밝아진 느낌이다.


명품 안경에 속지 말아야 한다. 나도 명품 안경 많이 갖고 있지만 그것을 처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안경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퇴근길에 고맙다고 안경점에 다시 들렀다. 약간 귀 부분이 쪼여 오니 느슨하게 해달라고 요청드렸다.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언제든지 오라고 하신다.


하루 종일 사람이 없으니 외롭다고 하신다. 사람이 오는 것이 즐겁다고 하신다. 더 앉아 있다고 가라고 하는데 비상등을 켜놓고 차를 주차하고 와서 10분밖에 못 있는다고 했다. CCTV로 딱지를 끊으니 가봐야 한다고 했다.


안경점 아저씨도 외롭단다. 친구들 다 은퇴해서 가끔 놀러 오면 그렇게 반갑다고 한다. 자기 직업이 무척 외로운 직업이라고 하신다. 하루 종일 가게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니 외롭다고 한다. 서울 도심처럼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사람이 그리운 것이다.


오죽하면 내 안경렌즈만 교체하러 갔는데 나를 붙잡고 2시간을 눈을 측정해 주시겠는가. 손님이 없어 심심했는데 잘 됐다고 하시면서 나를 붙잡고 이것저것 테스트를 하다가 나는 동네에서 보물을 발견한 것이다. 믿기지는 않았지만 속는 셈 치고 그냥 맡겼더니 정말로 30여 년 동안 착용해 본 안경 중에서 눈이 가장 편하다.


너무 눈이 편해서 퇴근길에 감사하다고 자주 들렀다. 앞으로 자주 들러야겠다. 동네에 그런 장인 정신을 가진 안경점이 있다는 것이 축복이다.


대장간의 대장장이 장인처럼 일을 하시는 분이시다. 큰돈은 많이 벌지 못했단다. 그저 먹고살 만큼만 모으고 살았다고 하신다. 자주 그 안경점에 방문을 할 것 같다. 나는 춘천 소도시에서 우연찮게 안경 장인을 만난 것이다.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무섭다. 지방 소도시에는 훌륭한 안경점이 없을 것이라고 착각했는데 정말로 좋은 안경점이 있었다. 안경테가 뿔어지지 않았다면 그 보석 같은 안경사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사건이 있어야 역사가 벌어짐을 느끼게 된다. 고난, 사건이 있어야 일상적인 삶의 궤도를 잠시나마 벗어나 새로운 보석을 찾을 수 있다. 어떤 사건을 두려워하지 말고 어떻게 변화시킬지, 발전시킬지를 고민해야겠다.

호두 껍질처럼 딱딱해져 버린 고정관념과 착각을 버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안경이 너무 편하니 너무 행복하다.


내가 보았을 때 춘천 안경점은 유한 게임이 아닌 무한 게임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을 했다


사이먼 시넥(Simon Sinek)경영저술가 는 무한 게임 리더라면 다음의 5가지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1. 가슴 뛰게 할 대의명분을 추구하라.

2. 신뢰하는 팀을 만들라.

3. 선의의 라이벌을 항상 곁에 두라.

4. 근본적 유연성을 가지라.

5. 선구자적 용기를 보여주라.


유한 게임 리더는 ‘좋은 일을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고 한다. 반면 무한 게임 리더는 ‘좋은 일을 하면 돈이 벌린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공식이라기보다는 리더의 삶의 방식이고 사고방식이다. 특히 봉사 정신이 중요하다. 대의명분과 봉사 정신은 곁다리가 아니라 회사 의사 결정의 핵심 기준이다.


안경점 아저씨는 무한 게임에서 겸손과 인내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안경점을 하고 계셨다.

내 삶도 되돌아보게 된다.내가 왜 책을 내려고 하는지 대의 명분도 생각해본다. 개발자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 책을 내보고자 한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라면 안내를 하고 싶은 시대적 사명을 갖고 있다.


사이먼 시넥(Simon Sinek)가 이야기한 것처럼 유한 게임 리더는 "좋은 일을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고 한다. 반면 무한 게임 리더는 "좋은 일을 하면 돈이 벌린다."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공식이라기보다는 리더의 삶의 방식이고 사고 방식이다. 특히 봉사 정신이 중요하다. 대의 명분과 봉사 정신은 곁다리가 아니라 회사 의사 결정의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내가 책을 내는 의사결정의 핵심 기준은 새로 시작하는 개발자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는 것이다. 춘천 무한게임을 하고 계신 안경점 아저씨와 같이 장인처럼 내 자리에서 개발자로 일을 하고 관련 책도 출간하는 것이다. 글짓는 개발자로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은 탈탈 털어서 모두 공유한다" 가 삶의 목적이다.

안경점을 들르면서 이것 저것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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