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끝인 줄 알았는데 보길도가 더 있네

by 박동기

비 오는 축축한 가을밤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를 보았다. 가을비는 왜 이렇게 자주 오는지 유럽의 날씨처럼 축축하다. ’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가장 마음에 끌리는 대사가 있었다. 폐암으로 2 달여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내 세연이 (염정아)가 남편(류승룡)과 함께 아내 첫사랑 찾는 여행을 떠난다. 아내의 첫사랑이 보길도에 있다는 것을 알고 해남 땅끝마을까지 갔는데 배가 끊겼다. 날은 춥고 배가 끊겼다. 폐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세연이(염정아)가 바다를 보면서 하는 말이다.


“여기가 끝인 줄 알았는데 보길도가 더 있네. 내 삶도 끝난 줄 알았는데 그랬으면 좋겠다.”


저 너머가 더 있다는 이 대목이 나는 너무 좋았다. 비 오는 날 영화를 보면서 희망을 주는 말이었고 지금 삶이 끝인 것처럼 보이지만 보길도가 있는 것처럼 다음이 있다.


IMF 시절에는 직장을 다니다가 망한 회사가 많아서 실직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실직한 사람들 중에는 그 제품을 들고 나와 지하철에서 파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실직한 사람들은 가족에게 이야기를 못하니 양복을 입고 공원에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집으로 간다. 물론, 가족들은 다 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체하기도 했다. IMF 시절 지하철에서 칫솔 팔던 이야기이다.


지하철 안 사람들 앞에서 "회사가 망했습니다. 이 칫솔은 1,000입니다. 중국산이 아니고 Made in Korea입니다. 품질이 좋습니다. 사람들한테 나눠줍니다. 여러분 제가 몇 개 팔았을까요? 3개밖에 팔지 못했습니다. 제가 실망할까요? 실망하지 않을까요? 저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다음 칸이 있기 때문입니다."


땅끝 마을이 끝이 아니고 저 멀리 보길도가 있는 것처럼 지하철에도 다음 칸이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지금 끝이 아니고 다음이 있습니다. 다음이 있기에 지금의 힘든 상황들을 이겨내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낼 수가 있습니다.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닙니다. 지금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터널은 끝이 있습니다.


교회 학교 고등부 교사를 하다 보니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들의 생활들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토요일에는 대치동에 갈 일이 있어 걷는데 정말 중고등학생들로 차고 넘칩니다. 학교는 많고 인구수는 줄어드는데 왜 아직도 입시 경쟁이 치열한지 이해가 조금 안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중간고사 시험이 끝나다 보니 아이들이 쭉 쳐진 모습으로 예배에 참석을 했습니다. 시험 성적이 안 좋다 보니 모두 표정이 어둡습니다.


제가 위로하는 말이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위로를 했습니다. 너희가 지금 겪고 있는 고난은 너희 긴 인생의 직선에서 하나의 점일 뿐이다. 그냥 계속 꾸준히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필요하다. 욥과 같은 고백처럼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너희들을 단련해서 고귀한 보석으로 만드는 과정이니 힘을 내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다음 시험이 있으니 낙심하지 말고 일상을 다시 살아가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지금이 끝인 것처럼 보이고 지옥처럼 보여도 지나고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다. 그냥 일상을 꾸준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저 너머에 보길도가 있는 것처럼 꿈이라는 보길도를 바라보며 하루하루 발걸음을 한 발씩 떼는 것이다.


무너지려 할 때 저 너머를 바라보며 소망을 갖고 살아가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중년의 배우지만 나이 들수록 매력적인 세연(염정아)의 대사가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는다.


“여기가 끝인 줄 알았는데 보길도가 더 있네. 내 삶도 끝난 줄 알았는데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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