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천을 걸으니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다. 걷는 도중에 또 가을비가 내린다. 다리 밑에서 잠시 비를 피하는데 날은 추워져 손이 시리다. 캐나다 출장을 자주 갔었다. 출장을 가서 느끼는 감정이 지금과 비슷하다. 쌀쌀한 분위기에 구름이 잔뜩 낀 날씨 아래 아는 사람은 없고 조용한 분위기이다. 캐나다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캐나다 출장 시절에는 항상 집을 그리워하며 우울한 날들을 보내왔다. 한번 가면 보통 출장이 한 달 정도 기간인데 그곳 생활에 만족하고 즐겁게 지내면 좋을 텐데 항상 집을 그리워하며 향수병에 걸려 우울하게 출장 생활을 보냈다. 천을 걸으면서도 캐나다에서 느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천을 걸으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나는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니 이것 하나만이라도 만족을 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몸을 비틀며 힘들어하는 분께 미안하지만 나중에 좀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계속 글을 써댄다.
늦은 나이에 이렇게 끄적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글쓰기를 통해 열매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을 잘 쓰지는 못해도 계속 글 쓰는 훈련을 해보고 싶다. 천에 있는 억새를 보니 가을이 가고 또 겨울이 오고 한 해가 간다. 나이를 한 해가 더 먹게 된다. 해가 갈수록 글이 더 깊어지고 싶고 더 세련되고 싶다. 오래되면 될 수 있도록 더 빛을 발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문장 수집하고 문장을 더 세련되게 다듬어서 내 문장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내가 잘하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길지 않기 때문에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언어가 안되는데 언어 공부를 계속하는 것도 시간 낭비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조금만 성공하더라도 자기가 잘하는 일을 찾아서 꾸준히 하는 것이 최종적으로 본인도 만족하고 다른 사람도 만족을 시킬 수 있는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날씨가 잔뜩 흐리다. 저 멀리 인수봉까지 보인다. 나무의 뿌리가 없어 자리 잡지 못하듯이 삶의 뿌리가 없어 여기저기 방황하고 다닌다. 삶은 방황이고 모험이다. 믿음의 모험을 하고 싶다. 이번 주에는 퇴고의 과정을 거친다. 퇴고를 통해서 출판사와 계약을 하는 모험을 하고 싶다. 책을 내고 강연을 하는 것들이 내 삶의 목표이다.
내 삶의 뿌리는 집도 아니고 아파트도 아니고 책이다. 책에 적은 내 삶의 흔적들이 내 삶의 기둥이고 뿌리이다. 어차피 내 인생은 유목민 생활이고 삶은 나그네 삶이다. 거리를 뒹구는 낙엽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정처 없는 인생 속에 흔적을 남기고 역사를 남기는 것이 글쓰기이다. 글을 쓰는 것만이 내 삶의 목적을 향한 방향을 알려주고 흔적을 남기는 역사다. 노숙자인 내 삶을 잡아주는 기둥은 글쓰기이다.
이번에는 인공지능에 대해서 연재를 해볼 생각이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자료를 조사해서 쉽게 이해하는 글을 연재해보고 싶다.
글쓰기가 주제 없이 매일 일상을 적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떤 주제를 정해놓고 그 주제를 조사하고 그 자료 위에 내 생각을 융합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묘미가 있을 것 같다. 에세이에는 한계가 있으니 주제를 정해놓고 맥락을 맞춰가며 글 쓰는 것도 필요하다. 지하철을 타며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택배로 왔다 시집을 읽었다. 가을에 지하철 안에서 시집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호승 - 김밥을 먹으며
서울행 막차를 기다리며
동대구역 대합실 구석에 앉아 김밥을 먹는다
김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무지라고
단무지가 없으면 김밥은 내 인생에 필요하지 않다고
밤눈 내리는 동대구역 창밖을 바라본다
노숙자 사내가 말없이 다가와 손을 내민다
여기 앉으세요
자리를 내주고 김밥 한줄을 건네며
꾸역꾸역 물도 없이 김밥을 먹는
한때 농부였다는 그의 서러운 이야기를 듣는다
나도 한때 노숙의 시인이었다고
노숙자 아닌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말하려다가 거짓에 목이 메인다
누구는 보리수 아래에서 발우 하나와 누더기 한벌로
평생 부족함 없이 사신다는데
나는 모든 것을 지나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지닌 게 없다고
오늘 살고 있는 집보다 내일 살아야 할 집 때문에
더 춥고 배가 고프다고
처음 만난 노숙자끼리 말 없는 말을 나누며
우걱우걱 다정히 김밥을 나눠 먹는다
기다리는 기차는 아직 오지 않고
대합실 창가에 눈발만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