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1주일간 휴가가 있습니다. 휴가 전에 인사 발령자를 발표를 합니다. 올 하계휴가 전에 인사 발령을 했는데 나는 누락이 되었습니다. 나이 어리고 경력이 어린 팀장들은 모두 진급을 했는데 진급 대상이었던 나는 누락이 되었습니다. 인사 발령 전체 메일을 받고 1주일간의 여름휴가를 보냈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다 잡으려고 해도 휴가 기간 동안 무척 힘들었습니다. 교회 학교에서 고등부 수련회를 갔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못 가다가 몇 년 만에 가는 수련회였습니다. 내 기분 때문에 양육하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얼굴엔 미소를 억지로 가지려 했습니다. 아마 아이들은 순간순간 비치는 내 모습 속에서 우울감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내 마음은 하얀 종이가 다 타버려 회색 재가 되어 날리듯이 마음은 공허했습니다. 수련회를 다녀온 후 방 깊은 동굴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어디 누구한테 마음을 털어놓을 데가 없으니 혼자 침묵 속 동굴에 있었습니다. 동굴에 며칠 있다 나오면 회복이 되었는데 이번 것은 좀 심했는지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습니다. 3일 후에 출판 쪽에 아는 대표님을 만나고 나서 모든 것이 회복이 되었습니다. 그분은 진급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자기는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거기 평생 다닐 것도 아니고 길어야 몇 년인데 왜 그리 낙심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위로가 되었습니다. 작가라는 꿈이 있는데 왜 진급의 사소한 것 가지고 낙심을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단 1시간의 만남이 제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아, 그래 이것 별것 아니었구나. 사소한 것을 가지고 어리석은 생각을 가졌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더욱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으며 그냥 일상대로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6개월간을 소신대로 일을 하며 성실하게 일을 했습니다. 오늘은 겨울 휴가 전 인사 발령이 나는 날이었습니다. 어제 스스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실망하지 않는다. 마음이 절대로 상하지 않도록 마음에 단단하게 코팅을 해놓았습니다. 물론, 기대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나이 어린 사람이 내 위로 와서 팀장이 되어도 절대로 낙심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작가라는 꿈이 있기 때문에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라고 어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오전에 10시경에 갑자기 회사 메신저가 불이 나기 시작합니다. "축하합니다"라는 메신저가 수십 통이 오기 시작합니다. 40명에게서 축하를 받은 것 같습니다. 진급을 했고 팀장이 돼버렸습니다. 바라지도 않았고 사내 정치도 전혀 하지 않았기에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덜컥 되다 보니 얼떨떨했습니다.
심하게 요동치지 않았고 묵묵히 있었습니다. 8월에 나처럼 실망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보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팀원들도 만났습니다. 제가 말하는 좋은 팀원의 기준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고 남의 일까지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신입사원 한 명 빼고는 일을 아주 능수 능란하게 잘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축하 전화를 받다 보니 이제야 진급, 팀장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팀장이 되었다고 이전과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그냥 일상을 살 것이며 하던 대로 할 것입니다. 초반에 우당탕하지 않을 것이며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팀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지옥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가끔은 맑은 하늘을 보는 날도 있습니다. 오늘은 눈 내리는 흐린 날 가운데 아주 가끔 맑은 하늘을 본 날이었습니다. 내가 8월에 낙심해서 일을 개판으로 하고 소홀히 했다면 어떤 직책도 주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순간을 잊어버리고 훌훌 털어버리고 그냥 일상을 살다 보니 또 다른 기회가 온 것입니다.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차피 환경은 눈이 내릴 때도 있고 비가 올 때도 있고 아주 가끔 맑은 하늘일 때도 있습니다. 환경에 상관없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치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자기 할 일 하며 나아갈 때 남이 알아주면 좋고, 알아주지 않아도 생계를 위해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그냥 하면 됩니다.
여름휴가는 좌절을 안고 보냈는데 겨울 휴가는 가슴 벅참을 갖고 휴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사는 것은 롤러코스터 타며 사는 것이니 그냥 일상에서 평균의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의 힘을 믿고 Keep going(그냥 계속 가는 것) 할 때 역사가 일어납니다. 오늘 생각지도 않았던 팀장이 되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