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행 기차를 타고 (4.22. 토)

기차 글쓰기 모임

by 박동기


모임이 있어 서울에서 서천행 무궁화 열차를 탔다. 온통 초록이다. 봄 아지랑이 때문인지 논밭이 초록이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장항행 열차는 노후됐다. 아산, 온양온천, 예산, 홍성, 서천의 기차 밖 풍경은 20년 전과 똑같다. 시간이 흘러 낡은 것들만 있다.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먼 시간의 멈춤이다. 황토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 기차밖에 보이는 마을의 풍경은 사람이 없고 고즈넉하다. 가축조차도 보기 힘들다. 서울과는 너무 다른 풍경이다.


건널목에서 기다리는 차량도 오랜만에 본다. 참 시골이다. 춘천이 뾰족한 직선이라면 서천은 완만한 곡선이다. 동네에 가면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줄 것 같다. 가물긴 가물었나 보다. 논밭이 메말랐다. 저기 멀리 할아버지 한 분이 보인다.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들고 힘겨운 걸음을 걷는다. 논은 모내기를 하기 위해 물을 대어 놓았다. 서울에서 20년 뒤로 세월이 옮겨진 것 같다. 장항선 기차 주변은 변화가 없다. 시종일관 흐트럼없이 다 고요하다. 가끔 밭에 태양광이 일부 있을 뿐이다. 그냥 모두 황토밭이다. 발전이 없기에 자연환경은 보존이 잘 되었다. 저 멀리 산밑에 마을이 보인다. 조용하다. 조용하지만 저곳도 사람은 사는 곳이다. 조용해도 사람 사는 곳이라 다툼도 있을 것이다. 논밭에 홀로 떨어진 집이 보인다. 외딴집은 더욱 깊은 외로움에 있는 듯하다. 사람과의 관계는 잘 맺고 있는지 외롭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사람이 창조된 것 자체가 서로 교제하며 사는 것인데 고독은 무한정 느낄 수는 없다.


대천역에 도착했다. 기차 밖 풍경을 보니 아파트도 있고 지방 소도시인가 보다. 도시가 크다. 많이 보던 브랜드의 아파트도 있다. 갈매기가 보인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다. 바닷가라서 변화한 도시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유명한 대천 해수욕장이 있는 곳이다. 네이버지도로 보니 대천역과 바다는 아주 가깝다. 바다와 가깝고 항구가 있으니 사람이 많다. 사람이 많이 내려 빈자리가 많아졌다. 날씨가 뿌옅다. 대천역에서 오른쪽은 시골이고 왼쪽은 지방 소도시이다. 기차는 여전히 천천히 달린다. 이 열차의 다음역은 서천역이다. 거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제 서천역에 거의 다 와간다. 서천역에서 내려 희리산 자연 휴양림으로 간다. 반가운 얼굴들이 있고 보고픈 얼굴들이 기다린다. 내 삶 속에서 소중한 인연들이다. 노타리 된 논에 황새가 외로이 서있다. 느릿느릿 걸으며 먹이를 찾는 듯하다. 수심도 얕고, 물이 없어 흙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먹이는 있는지 모르겠다. 서천역에서 희리산 가는 길은 황토흙이 많은 동네이다.


초록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만남은 설렘이다. 설렘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좋은 만남 속으로 들어갔다. 반가운 얼굴들과 좋은 공기 속에서 대화를 나눈다. 오랜만에 보는 후배들도 무척 반갑다.


기차를 타고 가며 글을 쓰다 보니 신기하게 글이 잘 써진다. 기차와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다. ‘박동기 작가와 기차로 떠나는 정동진 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과 기차를 타고 가며 글을 쓴다. 기차는 반드시 속도가 느린 무궁화이어야 한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식사를 한다. 카페나 공원에 앉아 서로 쓴 글을 나눈다. 올라오는 길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서울에 도착해서 저녁 식사를 한다. 카페에서 다시 쓴 글들을 나눈다. 추억을 간직한 채 헤어진다. 기차 타며 글쓰기를 시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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