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동기 Aug 16. 2023

예수님과 호흡

학창 시절에는 다 짝사랑을 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짝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요즘에 'For The Peace Of All Mankind' 팝송을 들으며 옛날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가사 내용은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떠나가 달라고 합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포기하게 되고 잊히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계속 그 사람만 계속 떠오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머릿속에서 떠나기를 원하지만 쉽사리 떠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사람을 만나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길도 마주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또 헤어지면 마음 졸이고 그 사람이 머릿속에 계속 머무는 것이 짝사랑인 것 같습니다. 


사랑한다는 다른 표현은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내 곁을 떠나가 달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랑을 예수님의 사랑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매번 떠들고 기도하면서 과연 이렇게 가슴 애틋하게, 뜨겁게 예수님을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내가 예수님을 너무 사랑하니 내 곁을 떠나가달라고 외친 적은 없습니다. 예수님과의 사랑은 그저 당연히 곁에 있어야 하는 분, 애틋하지 않고 무미건조한 사랑, 틀에 박힌 사랑이었습니다. 


과연 가슴 뛰는 사람을 만나기 10분 전에 마음으로 예수님을 사랑하고 있었던 적은 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을 짝사랑하며 가슴 아파해본 적은 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짝사랑의 기억을 예수님의 짝사랑으로 옮겨가고 싶습니다. 예수님과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예수님과 카페에 만나기로 해서 약속을 잡습니다. 며칠 전부터 옷은 무엇을 입고 가야 할지 고민합니다. 더운 여름이니 흰 티에 시원한 청바지를 입기로 하고 나갑니다. 북촌 어느 카페입니다. 가는 길이 정겹고 한옥들이 다른 때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약속 시간보다 훨씬 더 일찍 가서 만납니다. 예수님은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어떤 옷을 입고 오실지, 헤어스타일은 어떨지, 인상은 어떠실지 설레입니다. 카페에 거의 다 와갑니다. 카페에 도착하니 주인 분만 계시고 손님은 아무도 없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다시 한번 얼굴과 옷을 다시 한번 만집니다. 거울을 보며 좀 더 키가 크고 잘 생겼으면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 김태희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나는 나로 살면 될 것 같습니다. 예수님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조그마한 노트에 적어봅니다.


오시는데 힘들지는 않으셨는지, 옷에 대해서도, 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 몇 마디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드디어 예수님이 오셨습니다. 얼굴은 광채가 빛나시고 선하게 웃는 모습이십니다. 자리에 앉아서 음료를 무엇을 드실 것이냐고 묻습니다.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습니다. 예수님은 따뜻한 차를 시키셨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고 환희에 가득 찼습니다. 예수님의 인상은 아주 선한 인상이십니다. 웃고 계시고, 내가 기쁜 것도 알고 계시고, 힘든 것도 다 알고 계십니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기꽃이 피어납니다. 아무리 좋은 사람과의 대화도 시간이 지나면 지루하기 마련인데, 예수님과의 대화는 나눌수록 더 깊어집니다. 대화 가운데 치유, 회복의 과정이 이루어져 갑니다. 


내가 그토록 학창 시절에 짝사랑했던 것 보다 더 예수님과의 짝사랑은 더 큰 기대감으로 채워집니다. 예수님과의 대화는 나에게 산소가 되어 호흡하게 됩니다. 짝사랑보다 더 귀한 예수님과의 사랑을 찾았습니다. 사람과의 사랑은 금방 지루해지만 예수님과의 사랑은 더욱 애틋해집니다.  결혼은 상대방의 민낯을 보며 실망하는 과정입니다.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과의 만남은 무덤이 아닌 영원한 생명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힘을 얻습니다. 짝사랑은 미완성이지만 예수님과의 완전한 사랑이라 지겹지가 않습니다.


짝사랑 대신 예수님과 완전한 사랑을 해보고 싶습니다. 예수님은 나의 삶에 항상 동행하십니다. 산소처럼 호흡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고백해도 간헐적으로 짝사랑이 생각나는 마음은 어쩔수 없나 봅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짝사랑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https://youtu.be/qxwXv71-BF4


매거진의 이전글 미움에 매몰되지 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