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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기 Aug 17. 2023

직박구리

매일 아침 이동하는 구름과 이별을 하며 출근합니다. 시골길을 따라오다 보니 모내기가 끝난 논에 다리 긴 새가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높은 산을 하나 넘어서 시골에서 시골로 출근합니다. 도로를 지나며 모두 어제의 것과 다른 하루가 시작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 앞선 풍경을 만나고 다시 이별해서 뒤 풍경으로 기억 속에 잊힙니다. 우리의 기억도 매일 이별합니다. 저장되고 망각하기를 수십 년째 반복하고 있습니다. 


요즘 회사 휴게실에 직박구리 새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알이 세 개였는데 부화를 해서 새끼들이 입을 벌리고 어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끼들 커 나가는 것 보니 저 새들과도 이별의 순간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이별은 많아지고 만남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만남의 기쁨보다 이별의 허전함이 더 커집니다. 내가 있는 곳들도 항상 떠나야 할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계절의 온도, 이동하는 구름도 어제와 모두 다릅니다. 살아있는 나는 항상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를 꿈꾸는 것 같습니다.


커피를 마시러 가면 직박구리 둥지를 만나는 것이 요즘 기쁨입니다. 처음에는 세 마리인 줄 알았는데 그 조그마한 둥지에 새끼가 여섯 마리였습니다. 회사의 바깥 휴게실 처마에 새끼를 6마리 낳고 살던 새가 둥지를 떠났습니다. 주말 동안 이사를 한 것 같습니다. 식구들이 많아지니 둥지가 필요할 것 같아 쿠팡에서 새 둥지를 샀습니다. 아직 배송 중인데 새가 떠나버렸습니다. 새로 산 둥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예전 둥지 근처에 놓아두었습니다. 그런데 새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직박구리 가족들이 떠나니 회사에 이야깃거리가 사라졌습니다. 직박구리 새는 작지만 소리가 까랑까랑하고 외모도 아름다웠습니다. 직박구리가 떠나 이별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비가 오니 마음도 허전합니다. 직박구리는 나를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성장을 하면 떠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 것 같습니다. 성장을 했는데 그곳에 계속 머무르면 둥지가 떠지고 실력은 썩어갑니다. 성장을 했으면 매몰차게 떠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직박구리들도 자기 식구들 챙겨서 떠났습니다. 회사 밖 휴게실에 직박구리가 알을 여섯 개 낳았습니다. 부화한 후에 정말 부지런히 먹이를 나르더니 새끼들이 쑥쑥 자랐습니다. 우리들이 새집 구경하러 갈 때면 어미 새는 밖에서 먹이를 물고 경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 옥상 지붕에서 우리를 경계하며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직박구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직박구리는 두려워했지만 알을 부화하기 위해 둥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모성입니다. 직박구리는 자기의 자식들을 챙기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두 달쯤 되었을 때 새들은 주말 새에 이사를 해버렸습니다. 새끼 여섯 마리를 데리고 직박구리는 둥지를 버려둔 채 떠나버렸습니다.  직박구리도 자기의 식구들을 챙기고 새끼들을 챙기며 살아갑니다. 사람 못지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 둥지를 못 지키는 사람도 많습니다.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 채 둥지를 다 헤쳐놓아 살 수 없는 가정도 많습니다. 물론 아름다운 가정도 많습니다.


요즘 사회를 보면 직박구리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새들이 다시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새장을 만들어 갖다 놓았는데 새들이 다 떠나버렸습니다. 새장을 만들어 놓아도 아직 새가 올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새들이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새알들이 너무 예뻤는데 날아가 버렸다. 그 새들이 보고 싶습니다. 직박구리 새끼들의 눈빛을 보고 싶습니다. 보고 싶어도 이제는 볼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직박구리는 6마리 중에 누구한테 먹이를 주는지 관찰해 보았습니다. 어느 새끼에게 준 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이 입을 가장 크게 벌리는 새끼에게 줍니다. 입을 크게 벌리면 삽니다. 하나님께 입을 크게 벌려 기도하는 사람, 간절한 사람이 성공합니다. 내 안에 간절함, 목마름이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가장 목이 마른 것, 가장 간절한 것, 아픈 것이 내가 해야 할 사명입니다. 직박구리의 간절한 입 벌림을 보면서 나에게 간절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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