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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기 Aug 30. 2023

하나님이 지나가면 생명이 남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면 죽은 쓰레기가 남지만, 하나님이 지나가면 생명이 남습니다

올여름에는 개인적인 행사가 무척 많았습니다. 미얀마 해외 선교를 다녀왔습니다. 여름휴가를 양평에서 보냈습니다. 주일학교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회사 회장님과 골프를 쳤습니다. 이제 여름 행사는 모두 마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양평으로 MT 떠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차피 비어있는 집이고 자연환경이 좋으니 같이 지내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같이 누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우리에겐 그날에 이곳보다 더 좋은 천국을 봅니다.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천국보다 더 좋은 곳은 없습니다. 오후 반차를 냈습니다. 먼저 와서 대문을 열고 사람들을 맞이했습니다. 세 번씩 나눠 오다 보니 오후 7시부터 자정이 넘어서까지 모닥불에 삼겹살을 구워댔습니다. 처음에는 서툴러서인지 고기가 다 타고, 날파리도 많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탄 고기를 먹었습니다. K 집사님은 커피도 태워서 먹는데 고기도 태워서 먹어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그냥 불에 탄 고기를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고기를 굽는데도 성향을 알 수 있습니다. 불 쇼를 하며 고기를 굽기도 하고, 다소곳하게 고기를 굽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김태희, 송중기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성품대로 내가 나로 살면 됩니다. 내가 나로 살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마음이 편한 사람들과 먹는 고기는 참 맛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모닥불앞에서 여럿이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기쁨입니다. 


금요일 저녁부터 1박 2일 동안 나이 든 남자 13명이 모임이 낯설었습니다. 남자만 모이다 보니 생명력이 없는 노쇠한 모습이었습니다. 해병대 퇴역 모임보다도 더 생명력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13명이 새벽 2시까지 찬양을 부를 때 다시 살아났습니다. 각자가 추천한 찬양을 졸린 눈을 비비며 계속 불렀습니다. 찬양은 생명입니다. 찬양은 다시 샘솟는 샘물처럼 활력 넘치게 만듭니다. 찬양을 부르면 마음에 불이 붙습니다. 다음날 아침 식사 후같이 집사님들이 깨끗하게 치워주고 떠났지만 그래도 정리할 것이 조금 남았습니다. 


13명이 머물다 간 자리는 재활용과 처리해야 할 쓰레기들로 넘쳐났습니다. 사람이 지나간 자리가 참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죽은 재활용과 쓰레기들이 자유로운 그 구석에 누워있습니다. 쓰레기는 죽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슴에는 같이 밤새 부른 찬양은 가슴속에 영원한 기억으로 흔들리며 생명으로 살아납니다. 함께 보낸 시간, 함께 부른 노래는 추억으로 오래가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면 죽은 쓰레기만 남지만, 하나님이 지나간 가슴속에는 더 큰 따뜻한 생명이 살아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간, 같은 뜻을 향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은 생명이 있습니다. 기억 속에 오랫동안 흔들리며 생명으로 살아있을 것입니다.


다음날 고추를 따서 주었습니다. 농사지은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고추가 무척 맵습니다. 은혜는 쉽게 증발합니다. 은혜는 쉽게 미지근해집니다. 은혜가 고추처럼 매콤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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