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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기 Oct 01. 2023

설악산 대청봉에서 하나님께 기도

추석 연휴가 길다 보니 설악산에 다녀왔습니다. 대청봉까지 하루 만에 다녀오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봉정암에서 하루 자기로 합니다. 저도 산행이 느리지만 같이 가는 가족들도 느리기에 하루에 대청봉까지 다녀올 수는 없습니다. 백담사에 이른 아침에 도착해서 순두부찌개를 먹었습니다. 길가에 코스모스들이 정겹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왕입니다.


무조건 쉬운 등산길을 선택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백담사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인지 계곡물이 제법 많습니다. 아직 단풍철이 아니어서인지 한산합니다. 우리들 밖에 없는 듯한 느낌입니다. 영실암에서 잠깐 쉬고 봉정암을 향해 갔습니다. 계곡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립니다. 너무 오랫동안 계속 물소리를 듣다 보니 소음이 되어 버렸습니다. 절경도 계속 보다 보니 그냥 일상이 되어 버린 듯합니다. 호흡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잃듯이 좋은 것을 계속 보아도 감동이 없습니다. 좋은 것들 듣고 보고 할 때 감탄하고 기뻐해야 하는데,  감정이 밋밋한 것을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봅니다.


대청봉 바로 밑 봉정암에서 하루 숙박을 할 계획을 갖다 보니 걸음은 느립니다. 4시간이면 갈 거리를 8시간 갈 정도로 가다 쉬고 합니다. 등산로로 그렇게 험하지 않다 보니 주위의 절벽들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작년에 점심 먹던 자리를 찾았는데 한참을 가도 나오지를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펴고 먹었는데 작년에 점심 먹은 곳은 이미 지나쳐 왔습니다.


드디어 가파른 절벽이 보입니다. 봉정골에 도착했습니다. 봉정암은 요새에 있습니다. 이 가파른 봉을 넘어야 저 너머에 봉정암이 있습니다. 봉정골에서 보는 설악 골짜기의 자연이 아름답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창조하심에 찬양이 흘러나옵니다.



나와 전혀 맞지 않는 봉정암에 도착해서 어쩔 수 없이 숙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청대피소는 문을 닫았습니다. 중청 대피소는 오래전에 이미 마감이 되었습니다. 도착한 봉정암에서도 중청 대피소까지 2시간을 더 가야 합니다. 방도 없습니다. 숙박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시 내려갈 수도 없습니다. 이미 어둑해졌으니 내려가다가는 조난당합니다. 다리가 안 좋은 분도 계서 어쩔 수 없이 봉정암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다행스럽게 제공된 방에 한 사람이 사용되는 공간은 가로 50cm, 세로 1m로 채 1평이 되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앉아서 눈만 붙일 수 있는 곳입니다. 수용소보다 더 작습니다. 그 좁은 방에서 남자 60명가량이 잠시 눈을 붙입니다. 자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잠시 바람을 피하는 공간입니다. 밤새 뒤척입니다. 하얗게 입은 스님을 전도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하나님을 전하면 엄동설한, 깜깜한 밤에 쫓겨나야 하니 마음속으로 기도했습니다. 이 스님이 하나님을 알아가는 기회가 되어 하나님을 알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가로 50cm와 세로 1m의 공간에 어떻게든 누었습니다. 공기가 차서인지 코가 막힙니다. 숨쉬기가 좀 곤란했습니다. 눈을 들어보니 천장에는 연꽃 등이 백여 개가 달려있습니다. 연등 밑에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이 숨쉬기가 곤란한데 이 밤 무사히 지나가게 하옵소서. 설악산 봉정암에서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기도를 하다 보니 호흡이 괜찮아져서 다시 뒤치락거립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우리 일행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대청봉을 향합니다. 여기서 잠 못 자느니 차라리 일찍 대청봉을 향해 떠납니다. 새벽에 랜턴을 켠 채 숨을 헐떡이며 2시간을 올라가니 소청 대피소가 나옵니다. 해뜨기 전의 소청 산장은 고요했습니다. 밖은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소청 대피소 취사장에서 잠시 거센 바람을 피합니다. 9월 말인데도 바람이 거세고 해발 1700m가량 올라오다 보니 정상 부근은 벌써 초겨울입니다. 정상에는 서서히 단풍이 물들어 가기 시작합니다.


중청 대피소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젊은 등산객들이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50대, 60대 중장년층이 대부분어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젊은이들이 중청 대피소에서 대청봉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반바지를 입은 여성들도 있는데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그 여인에게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다 보니 각자 체온 조절에 주의를 해야 합니다. 아침을 먹고 대청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날씨가 살짝 흐려서 일출 보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람이 어찌나 거세게 부는지 몸을 가누기 어렵습니다. 산 아래는 아직 늦여름이라 가벼운 옷을 입고 갔는데 대청봉은 초겨울 날씨 같습니다. 바람까지 불어 대니 자연스럽게 몸이 떨립니다.


새벽부터 올라온 사람들로 인해 대청봉 정상(1702m)에는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 깁니다. 우리들도 약 1 시간을 기다려서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들에 자기들이 살아있다고 증명하기 위해 다들 인증샷을 남깁니다.


대청봉 정상에서 거센 바람으로 얼굴을 많이 얻어맞았습니다. 이 바람처럼 성령의 바람이 대한민국에 불어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악한 세력들이 다 물러나고 하나님이 불어대는 성령의 바람이 불기를 소망합니다. 물이 바다 덮음같이 하나님의 영이 악한 세력들을 다 덮고 완전한 하나님 나라가 되길 기도합니다. 거세게 성령의 바람이 부는 대청봉에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성령의 바람이 다시 대한민국에 불게 하여 주시옵소서. 좌, 우로 분열된 나라가 하나님 나라로 하나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반드시 새로운 성령이 바람이 불어 모든 악한 것들이 떠날 것으로 믿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오색 남설악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경사가 급해서 힘들게 내려왔습니다. 두 번이나 넘어질 뻔했는데 우리들은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설악산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올 설악산의 단풍은 무척 예쁠 것으로 기대됩니다. 비가 많이 와서 나뭇잎에 수분이 많으니 마르지 않는 단풍이 피어날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10월 9일이 가장 아름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시 가기 위해 중청 대피소를 예약을 하려 하니 이미 다 매진입니다. 설악산에  다녀와서 무릎은 아프지만 다시 가고픈 매력이 있는 설악산입니다.


다시 한번 대청봉에 불어닥친 성령의 바람이 대한민국의 모든 곳에 불어 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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