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살구꽃

by 박동기

성경에서 "지팡이가 살구꽃을 피웠다"는 이야기는 아론의 지팡이가 살구나무 지팡이로 꽃을 피운 사건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론이 모세의 형제로서 이스라엘의 제사장 직분에 있음을 인증하는 표시입니다. 아론의 지팡이가 밤사이에 움이 나고, 싹이 트고, 꽃을 피우고 심지어 열매까지 맺은 기적으로 묘사됩니다.


이 기적은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서 제사장 직을 둘러싼 분쟁과 의심을 종식시키기 위해 일어났습니다. 각 지파의 대표들이 자신들의 지팡이를 성막 안에 제출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론의 지팡이가 기적적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함으로써 그가 선택받은 제사장임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어릴 적 살구나무가 옆집에 살구나무가 있었습니다. 노쇠해서 겨울이면 마치 장작처럼 시커멓게 생명력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봄이 되면 그곳에 싹이 나고 꽃이 핍니다. 여름이면 노란색 살구가 열립니다. 죽은 줄 알았던 나무가 살아납니다. 살구나무는 참 십니다. 살구꽃이 피면 동네가 화사해집니다. 아무리 가난한 동네라도 살구꽃 하나만 봐도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 봄이 오기 전 그 나무는 짙은 갈색을 하고 마치 타다 만 장작처럼 보였습니다. 죽은 나무처럼 느껴졌기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봄이 되니 검은색 나무에서 분홍색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움이 나고, 싹이 나고, 그 자리에서 꽃이 핍니다. 우리는 나이를 계속 먹어갑니다. 다 죽은 것 같습니다. 거기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고목에서 꽃이 핍니다.


복사꽃도 예쁘지만 살구꽃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그 살구꽃을 바라보며 어릴 적 평안을 느꼈습니다. 우리 마음에 살구꽃 피는 마음은 없는지 생각해 봅니다. 네 직장생활에서도 살구꽃이 피려면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하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그냥 타성에 젖어서 살게 되고 혁신을 두려워합니다. 새로운 혁신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나아가야 하는데 그냥 현 상태에 머무릅니다. 과연 이런 모습들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맞는 삶인지 점검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위한 삶이라면 삶의 현장에서도 다름이 있어야 합니다.


메마른 막대기에 살구꽃이 피는 기적이 있듯이 내 삶에도 살구꽃을 피워야 합니다. 게으른, 나태한 제 마음을 붙잡아 주시고 주님의 은혜로 나아가게 하옵소서. 신앙이 성장하는 모습은 제 삶에서 예수님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그런데, 제 삶에서 예수님은 드러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냥 이럭저럭 살다가 퇴근합니다. 몸이 많이 지칩니다. 잠을 좀 많이 자야 하는데 과제하느라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살구의 신 맛을 생각하면 입에 침이 고입니다. 식도까지 신 맛이 아직까지 느껴집니다. 본능 인가 봅니다. 오늘의 살구 열매를 맺기 위해 오늘 일상을 승리해야 하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습니다.


고목에서 핀 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끼 낀 건물이 매력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자기 일, 삶에도 이끼가 낀 고풍스러운 매력이 있습니다. 이끼를 몸에 두른 고목에서도 꽃은 핍니다. 생명과 자연의 신비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나이를 많이 먹어 뇌쇠하였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벚꽃을 피어내고 있습니다. 품격이 있으면서도 기품이 있는 나무처럼 나이 먹어서 저런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목에서 피는 벚꽃이 더 매력적입니다. 몸에 이끼가 끼어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고 태풍에 잘려나간 가지도 있는 모습에서 피어내는 꽃을 보면 생명의 신비감을 얻게 된다. 이렇듯 인생의 풍파와 광야를 통과하면서 좀 더 부드럽고 품격 있는 삶입니다.


기품과 품격이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첫째로, 자기가 하는 일들이 품격이 있어야 합니다. 아주 전문적이어야 합니다.

결과물이 품격이 있어야 합니다. 중국산처럼 1%가 부족하여 사용하다 금방 고장 나면 안 됩니다. 만든 물건에 고유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떡을 하나 만들더라도 거기에 품격 있는 독특한 맛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다양한 레시피들이 융합이 될 것이 빈다. 떡집은 새벽에 나와서 일해야 합니다. 떡은 흔합니다. 그렇지만 기품이 있는 떡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한계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품격이 없습니다. 개발자도 코딩에 가치가 더해지고 품격이 있어야 합니다.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줍니다. 편리함 속에 인간 사랑에 대한 마음이 깃들고 인간을 항상 먼저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한번 힘을 내 봅니다. 오늘 찬란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 파이팅 해봅니다.


메마른 지팡이에 움이 트고,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삶이 되길, 오늘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