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겨울비가 내린다. 날씨가 한동안 춥더니 지금은 춥지 않아 밤에 비가 내린다.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에 왔는데 비를 맞으며 가야 한다. 크리스마스를 조용히 책을 읽으며 보내는 것도 참 기쁨이다. 며칠 전 눈이 내렸을 때 양평에서 감나무를 보았다. 감나무 옆구리가 터져있었다. 감나무는 온도에 민감성이 좀 떨어지는 가보다. 온도가 내려가면 나무 안에 있는 모든 물기를 뿌리 쪽으로 내뱉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무 안에 있는 물기가 얼어 나무는 터지고 만다
나무는 기온이 낮아질 때 삼투압 조절, 냉동 방지 물질 생성, 탈수, 물의 이동을 통해 얼음으로 인한 손상을 방지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생리적, 물리적 메커니즘 덕분에 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세포 간 물이 얼면 부피가 늘어나며, 세포벽에 압력을 가해 조직이 터지거나 파괴된다. 이는 나무가 물을 빼내야 할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요즘은 날씨는 영하 10도였다가, 영상이었다가 아주 급변한다. 나무들이 정신을 못 차릴 것 같다. 얼면 터진다. 병 안에 담겨 있는 물도 얼면 터진다. 나무는 민감해야 하는데 선천적으로 느린 감나무는 터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무 종류에 따라 삼투압 조절 속도가 다르다. 물을 뿌리로 보내는 삼투압 조절은 침엽수와 활엽수의 차이가 있다.
. 침엽수(예: 소나무, 전나무)는 추운 환경에 적응된 나무로, 세포 내 삼투압을 조절하는 속도가 비교적 빠르다. 이는 이들이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발달한 특성이다.
. 활엽수(예: 감나무, 단풍나무)는 비교적 따뜻한 환경에 적응된 경우가 많아 삼투압 조절 속도가 느릴 수 있다. 활엽수는 겨울철에 낙엽을 떨어뜨리며 에너지를 절약하기 때문에 삼투압 조절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감나무를 쳐다본다. 감나무는 나에게 말했다.
"내려놓지 않으면 얼어붙는다.
얼어붙으면 깨지고 만다."
그리고 그 속삭임은 내게 겨울을 이기는 지혜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비움은 생존이다. 민감은 생존이다.
내 안의 쓸모없는 집착, 두려움, 염려를 내뱉어야만 어둠과 추위를 견디고 다시 싹 틔울 수 있는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뿌리를 튼튼히 하시기 위해 종종 우리를 비우게 하신다. 이번 겨울 휴가는 비움이다. 내 안에 있는 모든 스트레스, 바이러스는 내 몸 밖으로 다 밀어낸다. 오직 말씀에만 민감해지는 휴가가 되어야 한다. 비우는 것이 곧 생명을 지키는 길임을, 감나무가 가르쳐준다. 스트레스는 미우고 말씀에는 민감하자. 온도에 민감해야 나무는 터지지 않습니다. 하나님 말씀에 민감해야 믿음이 터지지 않습니다. 하나님 말씀 센서에 민감해져야 합니다.
밖에 비가 계속 내립니다. 나무는 혼란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부디 나무가 밤을 잘 보내길 바라봅니다. 비 맞으며 걸으며 하나님이 주신 오늘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