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자마자 반바지 입고 바로 러닝 하러 나간다. 생활체육센터 내에 헬스장 가는 것보다 강가를 뛰는 것이 훨씬 더 좋다. 러닝 머신보다 강가가 좋다.
어제는 추웠는데 오늘은 30도가 넘는다. 조금 달렸을 뿐인데 등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땀이 흐르면 기분이 좋다. 몸에 안 좋은 것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안 좋은 생각들도 다 빠져나가 아무 생각 없이 강가를 뛴다.
머리는 텅 비어있고 허벅지는 팍팍해져 온다. 세게 달리지는 않는다. 그냥 힘들면 걷는다. 다시 뛴다. 이렇게 하기를 반복한다.
적당히 땀이 흐르니 어둠이 내려온다. 해 질 녘 어둠은 편안함이다. 돌아가는 길에 과자를 좀 사러 갔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아이스크림도 샀다. 땀을 흘리고 난 후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감이었다. 다디단 것이 몸에 들어가니 행복이 충만해졌다. 행복을 만끽하게 된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천천히 걷는다. 걸음이 느리니 풍경이 보인다. 아파트 담장옆에 빨간 장미가 피었다. 저 장미도 날씨에 적응하느라 무척 고생했다. 장미꽃은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장미는 병원도 없는데 환절기에 감기를 잘 이겨내 빨간색 꽃을 피우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천천히 걸으니 풍경이 평화스럽다. 아아 스크림이 1+1이라 하나만 먹고 싶었는데 하나 더 먹게 된다. 조그마한 행복을 찾은 하루다. 아이스크림이 이렇게 큰 행복은 주는지 몰랐다.
세상 안달복달하지 말며 살았으면 좋겠다. 퇴근하면 회사일은 잊고 풍경을 바라보면 좋겠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세상은 내 뜻이 아닌 대로 굴러간다. 그냥 그럭저럭 살아간다.
아이스크림이 행복을 주는 저녁이다.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 기쁜 마음으로 독서 삼매경에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