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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이

by 박동기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는데 밖의 미루나뭇잎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린다. 미루나무 잎은 왜 이리 잘 흔들릴까. 바람의 옅은 손짓에 미루나무는 심하게 춤춘다. 주위에 푸른 조각의 빛깔이 편만하게 펼친다.


미루나무는 고갱이가 연하고 얇아 심하게 흔들린다. 고갱이는 연한 심장이다. 가녀린 얇음으로 유연한 잎의 움직임을 통해 초록의 향연을 펼친다. 미루나무 같은 나무는 잎자루의 고갱이가 얇고 유연해서 바람에 잘 흔들린다.


고갱이는 이렇게 말한다. 삶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흔들릴 때 더 강함이 있다라고. 바람이 불어도 유연하게 대처할 때 바람은 초록의 아름다운 빛깔로 재 탄생이 된다.

화장실 양치하면서 미루나뭇잎이 흔들리는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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