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논개'를 그만두기로 한다. 업무는 너무 꼭 껴안지 않는다. 2025년 마지막 달까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유독 나를 괴롭힌다. 퇴근 후에도 머릿속을 맴도는 잔상들. 내가 일 욕심이 너무 많은 지 점검해 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업무 논개'다. 적장을 끌어안고 투신한 논개처럼, 나는 회사 일을 혼자 껴안고 뛰어내리려는 듯 살고 있다. 동료들에게 위임해도 되는 일인데, "내가 해야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는 착각 속에 꽉 쥐고 놓지 못했다.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데도 말이다. 너무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있다. 일 처리가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나는 안다. 이것은 책임감이 아니라 미련한 집착일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데드라인을 정했다. 딱 올해, 2025년까지만 이렇게 치열하게 달리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위임해야겠다. 내 몸이 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성실하게 완주하되, 2026년부터는 속도를 늦추고 여유를 찾겠다는 약속이다.
단순히 일을 줄이는 게 목표가 아니다. 나는 흐트러짐 없이 마무리를 잘하는 '피니셔(Finisher)'가 되고 싶다. 올해 펼쳐놓은 일들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 막판에 지쳐서 대충 끝내는 사람이 아니라, 결승선 통과 직전까지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 품질을 확실하게 개선시키는 모습이고 싶다. 후임자가 내 뒷모습을 보고 "역시 프로였다"라고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 되고 싶은 것처럼 나는 일로 의미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는 두 가지 무기를 준비했다.
첫 번째 무기: 꽉 쥔 손을 펴는 '위임의 기술'
나는 논개가 아니다. 일을 자유롭게 풀어논다. 가장 큰 딜레마는 이것이었다. "이걸 남한테 설명하느니 그냥 내가 하고 말지." 설명하는 시간, 가르치는 시간, 결과물을 기다리는 시간등 그 모든 과정이 비효율처럼 느껴져서 결국 야근을 택한다. 하지만 그건 '혼자 빨리 가는 길'일지언정 '멀리 가는 길'은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훈련이다. 직원들에게 작은 업무, 쉬운 업무부터 하나씩 던져주는 연습을 시작한다. 마음에 차지 않아도 기다려주는 인내심, 그것이 리더의 덕목임을 배운다. 직원들도 성장해야 하는데 멈춰서는 안 된다.
단,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단 하나의 업무, 나의 정체성이 담긴 그 일만큼은 남겨둘 것이다. 잡무를 덜어낸 그 손으로 핵심 업무를 더 단단히 거머쥐기 위해서다. 잡무를 하다 보니 내가 가장 애착을 드리는 일이 후순위로 밀려있다. 잡무는 위임한다.
두 번째 무기: AI라는 '비대칭 전력'
전쟁에서 아무리 많은 전투기와 군함을 가진 나라라도, 핵무기를 가진 나라를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핵무기는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단번에 뒤집는 '비대칭 전력(Asymmetric Power)'이기 때문이다. 업무에도 비대칭 전력이 필요하다. 사람의 물리적 시간과 체력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야근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인공지능(AI)을 나의 비대칭 전력으로 삼기로 했다. 인공지능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나의 동반자다.
지금은 문제를 AI에게 설명하고 프롬프트를 짜는 전처리 과정이 답답하고 오래 걸릴 때도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AI는 나의 엉성한 설명조차 찰떡같이 알아듣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야근이 사라지는 그날은 AI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세 번째 무기 마무리 전략
2025년을 향한 질주를 성실히 한다. 나는 이제 맨몸으로 부딪히지 않는다. 끝까지 품질을 책임진다. 하지만 결단코 건강을 해치면 당장 멈춘다. 건강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보물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한 손에는 '위임'이라는 방패를, 다른 한 손에는 'AI'라는 비대칭 무기를 들고 달린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 때문에 괴로워하던 밤들은 이제 안녕이다. 나는 2025년의 끝에서, 가장 우아하고 강력하게 결승선을 통과할 것이다. 누군가 찬란하게 손뼉 쳐 주는 이를 바라보며 달려간다.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그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인공지능을 통해 비대칭적인 능력을 확보하라. 그것이 한계를 가진 인간이 끝까지 성실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완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