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일기] 지독한 독감과의 사투

내 몸이라는 서버가 다운됐다.

by 박동기

[개발자 일기] 지독한 독감과의 사투


내 몸이라는 서버가 다운됐다.

"System Critical Error. Shutting down..."


지금 내 몸 상태를 로그로 찍어본다면 온통 빨간색 에러 메시지로 도배되어 있을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프지 않은 구석이 없다. 마치 누군가 전신을 망치로 두들겨 패는 듯한 통증. 몇 년 전 겪었던 코로나의 악몽이 데자뷔처럼 스쳐 지나간다.


무한 루프에 빠진 뇌, 그리고 멈춘 모니터

독감. 이 녀석은 정말 악성 멀웨어다. 정신은 몽롱하고 집중력은 404 Not Found. 모니터 속 웹페이지는 계속 같은 곳에 머물러 있다. 스크롤을 내릴 힘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인지 능력도 없다.

키보드를 누를 힘조차 없다는 게 과장이 아니다. 머리가 띵하니 코딩은커녕 멍하니 앉아 시간만 흐르기를 기다리는 '좀비 프로세스'가 된 기분이다. 증상은 전신 근육통, 오한(으슬으슬 추움), 팔 저림, 시야 흐려진다. 상태는 눈동자는 풀렸고, 식은땀은 난다. 온몸에 미열이 계속된다. 약을 먹었지만, 버그 패치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 느낌이다. 내 몸에 있는 바이러스를 잘 이겨내지 못하는 듯하다.


휴가 없는 삶의 비애

"휴가(Resource)가 부족합니다."

당장이라도 Force Quit 하고 집에 가고 싶지만, 남은 연차가 간당간당하다. 목은 칼칼하니 찢어질 듯 아프고, 삶의 질은 수직 하락했다. 건강할 때는 몰랐던 평범한 일상이 사무치게 그립다. 감기 바이러스 하나가 건장한 성인 남성을 이렇게 무력하게 만들다니. 이것이 지옥인가 싶다. 점심시간에는 자발적 격리를 선택했다. 괜히 동료들에게 이 지독한 바이러스를 전파해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혼자 밥을 먹었다. 몸도 아픈데 서러움까지 더해지니 입맛이 더욱 쓰다. 마시는 정수기 물조차 쓰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내일은 춘천행, 오늘은 생존 신고

계속 시계만 바라본다. 퇴근 시간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오늘은 전철을 탈 엄두도 나지 않는다. 퇴근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서 침대에 기절하듯 쓰러져야겠다. 문제는 내일이다. 내일은 춘천으로 출근해야 한다. 이 몸을 이끌고 춘천까지 갈 수 있을까? 중병에 걸린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치명적이듯, 지금 내 상태에서 무리하면 시스템이 영구 종료될 것만 같은 공포감이 든다.


두루마리 휴지 같은 인생, 그리고 간절한 기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삶이란 두루마리 휴지와 같다. 얼마 남지 않게 되면 점점 빨리 돌아간다."

어느새 또 새해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데 내 몸은 멈춰버렸다. 짧은 인생, 건강하게, 의미 있게 살아야 하는데 지금은 숨 쉬는 것조차 버겁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간절한 기도뿐이다.


"하나님, 제게 온 이 감기를 모두 걷어가 주시옵소서. 새해라 할 일이 태산입니다. 일이 뒤처지지 않도록, 저녁에는 차도가 있게 해 주세요.

주님의 은혜로 생명의 축복을 다시 주시고, 끊어진 정신의 연결을 붙잡아 주시옵소서.

내일 아침에는 기적처럼 일어나 춘천으로 향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옵소서."


감기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아픔' 그 자체다. 오늘 밤, 기적처럼 열이 내리고 내일 아침엔 맑은 정신으로 눈을 뜰 수 있기를.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은 감기 조심하세요. 마스크 착용하시고 손을 자주 씻으세요. 제발 아프지 마세요. 건강이 최고의 스펙입니다.


퇴근 후 전철대신 택시 타고 귀가합니다. 약 먹고 기절하듯 수면으로 빠진다. 내일 아침 기적적 회복되길 소망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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