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행 - 업무 위임의 중요성

업무위임

by 박동기

감기가 좀처럼 낫지 않는다. 새벽까지 열이 오르고 오한이 든다. 온몸이 바이러스와 전투 중임을 느끼게 한다. 뇌부터 발가락 끝까지 온몸이 전투증이다. 연차를 냈다. 월요일에 간 병원에 다시 방문을 했다. 독감 검사를 했다. 내가 만들었던 TRIAS-3 기기로 검사를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내가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기기가 있다. 간호사 이야기로는 너무 좋은 기기라고 한다. 이것 설치되지 않은 병원이 없다고 한다. 보람을 느낀다. 이 기기 관련 이슈가 하나 있는데 빨리 처리해야겠다.


CRP 염증 치수를 체크했더니 무척 높다. 상급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진찰 의견서를 작성해 주셨다. 그 개인 병원 의사께 감사를 했다. 보통 병원 같으면 항생제를 바꿔 쏟아 부으며 약을 지어주려고 할 텐데 바로 상급 병원으로 지시해 주심에 감사했다. 상급 병원으로 업무위임해 준 겸손함에 감사를 했다. 그만큼 몸이 무척 힘든 상태임을 나타낸다.


상급 병원 응급실로 간다. 추운 날씨에 버스를 기다린다. 다행히 몇 분 기다리지 않아 버스가 온다. 퇴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다. 날씨는 추워졌다. 대학병원은 숨 꼴딱 넘어가는 사람 이외에는 안 받아주니 근처 중급 병원으로 갔다. 버스타고 스스로 응급실에 온 사람은 나 혼자다. 그곳 응급실도 사람이 많아 한참 기다렸다. 도중에 응급환자가 도착했다. 거의 숨이 넘어갈 듯하다. 나보다 늦게 온 위중한 환자 때문에 응급실이 긴급하게 돌아간다. 내 차례는 또 한참 뒤로 밀렸다. 그 병원의 응급실 의사는 참 침착했다. 위중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을 했다. 보통 나 같은 상황이며 심박이 올라가고 급해졌을 텐데 그 의사는 참 침착했다. 그 의사의 침착함을 높이 사게 된다. 2시간을 대기한 후에 내 차례가 왔다. 그 의사는 자기 병원에는 호흡기 내과가 없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것이 어떤지 추천을 한다. 검사 장비가 없으니 그냥 대충 약을 때려 넣을지, 정확한 진단 후 정확한 처방을 원하는 병원으로 갈지 선택하라고 한다. 서초 강남권에서 제일 큰 중급 병원 응급실로 택시를 타고 갔다. 그 젊은 의사에게 감사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내려놓고 전문 병원으로 인도해 주심에 감사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더 큰 고생을 했을 것이다.


소개해준 병원은 신림동에 있는 중급 병원이었다. 건물이 최신식이고 의료진들이 참 친절했다. 우선 팔에 링거 주삿바늘을 꽂는다. 최근에 주사 바늘을 이렇게 꽂아대니 몸에 천공이 생기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수액을 맞고 피검사를 한다. 조영제를 맞고 CT 촬영을 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응급실에 온다. 침대에 누우니 천장에 "사랑합니다."라고 쓰여있다. 나도 사랑하고 싶다. 그런데 내 몸이 너무 아프다. 응급실에는 살면서 두 번째 온 것 같다. 침대에 누워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나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내 부족함으로 고통을 준 것들에 미안한 생각이 든다. 최근에 아팠던 가족의 마음도 더 깊이 알게 된다. 응급실에 누워있는데 교회 집사님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응급실이라 빨리 끊고 싶은데 하실 말씀이 많은 모양이다. 주사를 맞아야 해서 끊었다. 잠시 후 다시 전화를 걸었다. 걱정하실 것 같아 응급실이라고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또 통화가 길어져 응급실이라고 말씀드렸다. 카톡 단톡방에 바로 기도 제목으로 올려주셨다. 응급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누군가 날 위해 '기도' 해주심에 '위로'가 되었다. 이 기도의 빚은 잊지 않는다. 가족들도 전화가 오는데 오지 말라고 했다. 혼자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이었다. 걱정해주심에 감사하고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이 병원은 야간인데도 모든 검사 과정이 동작하고 있었다. 한국의 병원 시스템이 참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1시간 정도 기다리니 결과가 나온다. 독감은 양성이라고 한다. 모든 원인이 독감이 원인이 되어 폐렴으로 조금 진전된 상태라고 한다. 타미플루 1회성 수액과 항생제 수액을 맞았다. 대충 때려잡는 것이 아닌 원인을 찾아 처방을 해주니 안심이다. 바로 퇴원을 했다. 택시를 타고 자정이 넘어 집에 도착했다. 밤새 내일 출근할지 고민한다. 결국 전염성 때문에 출근하지 않기로 한다.


나도 두 의사처럼 업무위임을 했다. 내가 자리를 비워도 팀원들이 할 수 있도록 메일로 보냈다. 업무위임은 겸손한 태도다. 이것을 꽉 쥐고 있다고 해서 본인의 가치는 올라가지 않는다. 밀린 일들이 참 많다. 온전한 쉼을 통해 회복 후 내일 업무에 매진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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