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내내 불을 지폈다. 사골도 끓이고 팥죽도 솥에 끓여 나무를 많이 뗐다. 나무는 충분했다. 뒷집에서 전지해 놓은 소나무가 많았다. 가져다가 쪼개 놓았다. 이번 겨울 휴가 기간 동안 날은 무척 추웠다. 마음도 무척 추웠다. 하나님께만 토로하고 고요히 침묵 속에 있었다. 하나님의 영이 내 안에 머물기를 기도했다. 가족들이 몰려와서 사람은 많았지만 내 마음속엔 근원적인 슬픔이 가득했다. 모난 말들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말 조심했다. 언어의 온도가 낮아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부드러운 마음을 잃지 않으려 정신을 바짝 차렸다.
[겔11:19] 내가 그들에게 한 마음을 주고 그 속에 새 영을 주며 그 몸에서 돌 같은 마음을 제거하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주어
이 말씀이 와닿았다. 하나님은 나에게 하나님만 바라보는 한 마음을 주셨다. 내 맘속에 새 영을 부어주셨다. 내 마음에서 돌 같은 마음은 제거하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주셨다. 바닥의 상황에서 부드러운 마음을 갖기는 쉽지 않다. 오직 성령이 임할 때만 부드러운 마음이 나온다.
하나님 제 마음을 잘 아시지요?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시옵시고 아픔 속에 있는 이에게 하나님의 따뜻한 손길로 치료해 달라고 기도한다. 이번 2주간의 겨울 휴가기간에는 성경을 많이 읽었다. 거세게 부는 바람은 마당에 쳐 놓은 텐트 겉옷을 거침없이 흔들었다. 바람이 차갑다. 모닥불에 장작을 계속 집어넣는다. 모닥불에 더 가까이 가게 된다. 모닥불은 바람에 거친 불의 혀를 내뱉어 내며 미친 듯이 타오른다. 나무가 타고난 자리에 빨간 숯불이 남는다. 거기에 감자와 고구마를 굽니다. 먹을 만하다. 연휴기간 내내 많은 땔감을 모두 다 태웠다. 남는 것은 잿가루뿐이다.
재만 남은 소나무를 바라보며 무엇을 위해 사는지 생각해 본다. 쓸모없는 땔감처럼 재만 남기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인생에서 반드시 붙잡아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묵상하게 된다
"불에 던질 땔감이 될 뿐이라 불이 그 두 끝을 사르고 그 가운데도 태웠으면 제조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그것이 온전할 때에도 아무 제조에 합당하지 아니하였거든 하물며 불에 살라지고 탄 후에 어찌 제조에 합당하겠느냐" (겔 15:4-5)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있다. 어떤 나무는 단단해서 집을 짓는 기둥이 된다. 어떤 나무는 결이 고와서 귀한 가구가 된다. 하지만 포도나무는 다르다. 포도나무는 굵지도 않고, 곧지도 않으며, 단단하지도 않다.
본문 5절은 말한다. "그것이 온전할 때에도 아무 제조에 합당하지 아니하였거든..."
포도나무는 처음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기 위해 존재하는 나무가 아니다. 못 하나 박기에도 너무 연약한 나무다. 그것이 포도나무의 실체다. 나도 포도나무처럼 무기력한 존재는 아닌지 생각해 본다.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면 '땔감'일뿐이다.
포도나무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가치는 바로 '열매'다. 달콤하고 풍성한 포도송이를 맺을 때만 그 존재의 의미가 증명된다. 만약 포도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불에 던질 땔감이 될 뿐이다. 더 비참한 것은, 불에 타버린 후의 상태다. 양 끝이 타고 가운데마저 그을린 나무토막은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다. 회색의 재만 남는다. 타버린 포돈나무는 기둥이 될 수도, 조각품이 될 수도 없다.
열매라는 본질을 놓쳐버리면 삶은 황폐함만 남는다. 내 삶이 무엇일 지향하고 가야 할지 생각해 본다.
어떤 재목이 되기보다는 무조건 삶의 열매가 있어야 한다. 어떤 열매를 맺는지가 중요하다. 얼마나 유능한가 보다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유능한 것은 이미 AI 가 대체하고 있다.
어떤 열매를 맺어야 할까?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와 같은 성령이 맺게 하시는 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싶다. 이것들 외에는 결국 쓸모없는 업적들은 결국 '불타버릴 땔감'이 된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자. 포도나무가 열매를 맺는 유일한 방법은 뿌리 깊은 생명, 예수그리스도께 에 붙어 있는 것이다. 스스로 단단해지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저 공급되는 진액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주님 안에서 생명의 열매가 맺히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오늘 하루, 내가 세상의 '재료'가 되기 위해 분투하느라 정작 하나님이 원하시는 '열매'를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불타버릴 열매를 얻기 위해 무의미한 삶을 살아갔는지도 점검한다. 불타버린 후에 후회하는 삶이 아니라, 온전할 때 풍성한 결실을 보는 복된 삶이 되시길 기도한다. 2026년은 땔감이 아니라 열매를 맺고 싶다.
겨울의 긴 휴가는 무척 추웠다. 마음은 더욱 추웠다. 예수님을 위한 사명을 깨닫고 나니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고 직진한다. 믿음의 길을 직진한다. 슬럼프 빠지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2026년, 믿음으로 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