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탄의 시대, 존경에 대한 목마름

시게티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소나타집

by 콘모토

지방 출장에서 돌아온 일요일 오전입니다. 휴일 아침의 음악듣기는 이미 일상의 한 부분으로 굳어버린 지 오래지만 빽빽하게 꽂혀있는 LP와 CD들 중에서 오늘의 결정반 한 장을 뽑아내기까지에는 늘 망설임과 설렘이 따릅니다.


손이 간 곳은 시게티(Joseph Szigeti 1892-1973)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집>(Vanguard, OVC 8036/9)입니다. 우리가 모차르트를 생각할 때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여러 연상들에 비추어 보자면, 이 앨범을 모차르트의 전형적인 연주라든가 결정판이라는 식으로 말하기는 힘들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감상곡으로 정한 데는 내 안에서 일어난 어떤 작용이 영향을 미친 듯도 합니다.

한 동안 일용할 양식이 되었던 시게티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집. 그중에서도 K.377 F장조의 느린 변주곡은 귀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듣고 또 들었던 애청곡이다.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일로 밥을 얻어 먹고 산 지가 그럭저럭 이십 년이 가깝습니다. 그것이 음악이건 다른 무엇이건 ‘일’이 되면 감동은 사라지고 해야 할 과제로서의 부담과 피곤함이 남을 뿐입니다. 향수자의 선택권이 사라져 버린 예술, 그것은 이미 향기가 없는 꽃, 운동이 아닌 노동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 탓으로 어제 하루를 온통 음악 속에서 목욕을 하고 돌아왔지만 내게는 영혼을 씻어주고 마음에 영양을 공급해줄 새 음악이 필요한 것입니다. 시게티의 연주는 완만하고 차분하며 너그럽습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촌스럽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마음을 끌어당기는 자력(磁力)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섹시하다는 표현이 최고의 찬사가 되어버린 세련의 시대에 오히려 진심이 담긴 어눌한 한마디 말이 갖는 신선함과 위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경탄의 시대, 존경에 대한 목마름


시게티의 바이올린은 깔끔하고 고른 소리결을 가진 것도 아니고, 기교적으로 안정되어 있지도 못합니다. 감동보다는 경탄을 찾는 시대에 그가 설 자리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현란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경탄’의 시대를 살며 늘 ‘존경’할 대상에 목마른 기분입니다. 경탄은 상대의 재능과 업적에 대한 반응이지만, 존경은 대상이 일상 속에서 보여주는 지속성, 그리고 그를 통해 숙성된 인격의 향기에 대한 반응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경탄은 순간에도 가능하지만 존경은 긴 세월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인 것이지요. 시게티의 인격과 직접 만나본 적은 물론 없지만 그가 빚어내는 음악 속에서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2006-06-11

Con m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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