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에는 득남의 기쁨이 있다고 했다. 둘 다 자신의 먹을 것을 가지고 태어나는 큰 복을 누릴 거라 했다. ‘그럼, 쌍둥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두 주먹 불끈 쥐고 시험관아기 시술을 했다. 처음엔 잘 안된다고 해서 한 번 더 시도했다. 임신만 기다리다 일 년을 보냈다.
또 어느 해인가는 자신의 책임과 위치가 상승한다고 했다. 하늘이 나에게 내린 좋은 기운이 크게 자신을 비추는 때이니 걱정이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아, 이제야 나를 알아봐 주시는 구나.’ 내게 그런 열정이 있었나 싶을 만큼 신나게 일했다. 마지막 정규직 발령에서 제외되었다. 다시 백수가 되었다.
작년에는 어려운 일들이 다 사라지고 비로소 결실의 시기가 온다고 했다. 수확을 하는 농부처럼 분주함이 많으니 움직인 만큼 원했던 바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옳다구나. 이 번엔 정말 되겠구나’ 뼛속까지 짜내면서 글을 썼다. 가능한 공모전에 죄다 원고를 냈다. 발표하는 곳마다 내 이름은 한 군데도 없었다.
최선을 다했노라 떳떳하게 살아온 삶이 중간도 못 미치는 점수를 받은 것 같아 착잡하다. 공연한 기대나 횡재를 바랜 적도 없는데. 그저 좋은 운이 오기를, 나쁜 운이 사라지기를 바란 것 뿐인데, 어쩜 이렇게 내 토정비결 신년운세는 정답만 피해 간 걸까. 내 팔자가 그렇지 뭐’하며 신세한탄만 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조차 알지 못하고 헤매다가 훅, 지나간 이십 대. 열정만 있으면 뭐든 될 줄 알았으나 빛나는 명함 한 장 없이 주눅 들던 삼십 대. 불혹의 마흔에는 넉살과 여유가 있겠지 했지만 잡지책에 덤으로 받은 부록처럼 내 것인데 내 것 같지 않은 지지부진한 세월이었다. 슬그머니 담벼락 넘듯 어느새 오십이 되었다.
이제 토정비결을 믿지 않는다. 더는 아부와 달콤한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견딜 만큼 견뎠고, 겪을 만큼 겼었기에 흐르는 물처럼 삶도 흘러가게 내버려 둘 것이다. 억지로 속도를 내거나 더는 열정에 복역하지 않을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것에 눈길을 두지 않을 것이다. 하늘의 뜻을 안다(지천명)는 멋있는 말처럼 낭만흉내라도 내면서 늙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