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츠나베 Jul 15. 2016

일본 대학생 이야기 - 제미

지극히 주관적인 일본 이야기


"이번 주 제미는 오전 10시에 시작합니다."

"우치다 선생님의 제미 소속이야."


일본에 와서 처음 발견한 개념이 바로 '제미'다. '세미나'의 일본식 표현으로 같은 연구실에 소속된 사람들을 부르는 말, 혹은 그 연구실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발표회를 의미한다.


일본 대학생은 3학년 2학기 말에는 희망하는 지도교수를 고르게 된다. 앞으로 졸업을 위해 써야 할 논문을 어떤 교수님의 지도 아래에서 쓰고 싶은지, 또 어떤 주제에 대해 쓰고 싶은지를 고민하여 선택하는 과정이다. 보통 '연구실'이라는 큰 단위 아래에 지도교수가 한 명, 혹 여러 명이 포함되어 있고 각 교수는 자기 아래에 지도 학생으로서 4학년을 모집받도록 되어있다. 각종 신청과 면접을 거쳐서 지도교수가 결정되면 해당 연구실에 소속된 학생들은 서로를 "같은 연구실"혹은 "같은 제미"라고 표현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있던 제미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제미를 실시해왔다. 매주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모두 포함하여 몇 명씩 발표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학부생 두 명과 석사과정 대학원생 한 명이 자신의 연구(논문)에 대해 발표를 하고, 다른 학생들이나 교수님과 질답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나가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발표 내용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지금 여기까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라는 내용이 일반적이다. 간혹 현장조사를 나간다거나 실험을 했다거나, 외부 세미나에 참여했다거나 심지어 교수님의 해외출장까지 제미에서 발표하는 일도 있다.


같은 제미에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함께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주제를 연구하는 일이 많다. 그런 경우 같은 제미(가끔은 다른 제미랑 연구 주제가 겹치기도 한다)안에서도 '바다거북팀'이라는 식으로 그룹이 형성되기도 한다. 보통 대학원생이 멘토로서 학부생의 연구를 도와주고, 그 대신 학부생은 데이터 분석이나 현장 노동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도와가며 연구를 진행한다.


부르는 방식은 다르지만 아마 한국에도 비슷한 구조는 존재할 것이다. 다만 일본에서는 그게 좀 더 체계화되어있어, 일종의 문화 같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졸업 후에도 같은 제미 소속이었다는 사실만으로 현역과 졸업생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기도 하고, 소속감을 느낀다는 점이 독특하고 재미있는 점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과 성실함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