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3O5' 작업실 일기
작년 가을이 끝날 무렵, 아직 완연한 겨울이 오기 전에 내내 꿈꾸던 작은 작업실을 얻었다.
작지만 독립된 나만의 공간에서 당장 꿈만 담아내기에는 현실은 사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작업실 하나를 얻기 위해 견뎌오던 직장을 작업실을 얻고 나니 오히려 유지하기 위해 병행해야 했다.
그렇게 하루를 나눠서 낮에는 꼬박 9시간을 회사에, 퇴근 이후 고작 3-4시간을 작업실에 할애하며 4개월을 홀라당 흘려보냈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작년에 작업실을 구할 때만 해도 조건과 가격이 맞지 않아 한 달을 내리 발품 팔아가며 고생해서 얻은 공간을 하루에 얼마 사용하지 못하고 놀려야만 했다. 그마저도 때론 업무가 고되거나 몸이 잔고장이 들면 귀찮은 마음에 빼먹기도 일쑤였다. 다달이 지불하는 월세와 관리비를 생각하면 작업실을 이용하는 날이 적어질수록 자괴감과 아까운 마음만 남았다.
결국, 남은 기간마저 아깝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작업을 하기 위해 작업실을 얻었으므로 본래의 목적을 위해 과감히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이제 마음은 먹었으나 실행이 문제였다. 당장이라도 회사를 나가 작업실로 직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그럴 순 없으므로.. 회사에 말하고 퇴사 절차를 밟아야 했다. 한 주의 마무리할 때를 기다려 말하려 했으나 기회는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고, 바로 퇴사를 희망하는 의사를 밝혔다. 고민했던 것보다 퇴사 절차는 그 즉시 빠르게 진행되었다. 서류를 정리하고 나의 퇴사 일정이 정해지고 모든 순서들이 반나절만에 마무리되어 버렸다.
애당초 퇴사 의사를 고민하는 내게 더 생각해보라고 잡아주던 팀장님은 다음날 오전에 바로 결심을 굳힌 내게 별말 없이 신속하게 처리해 주셔서 그동안의 편의를 많이 봐주셨던 점들과 함께 대단히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나는 한 달 뒤인 4월 1일부터 작업실로 출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