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쓰고 있다. 아끼던 블루투스 키보드가 고장이 난 이후로 핑계삼아, 이래저래 절필(?!)했었다(그래 놓고 키보드를 다시 사도 글을 안쓰긴 마찬가지). 한 달 만에 글을 마주하니 약간 겁이 나고, 동시에 지겨웠던 연인에게서 예상치 못한 새로움을 느끼는 것 마냥 설렌다. 예전의 내가 글을 좋아해서, 글을 썼던 것이 맞다는 기쁜 확신이 차오른다. 음, 그래. 나는 글을 좋아한다. 글을 쓰기 위해 엉덩이를 붙이자 마자 확연해졌다.
#2
색다른 글을 쓰고 싶었다. 내 안의 고민거리를 잔뜩 풀어내어 하소연, 우격다짐하는 글 말고, 내 안에서 창조해본 적 없는 세계를 열어보고 싶은 마음. 그 욕심이 커서 글을 쓰지 못했다. 내 기준에 만족하지 못할 글 앞에서 스스로를 탓하지 않을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3
또 한참은 사랑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사랑하고 있을 때는 매일 글을 쓰지 않으면 터져나올 것 같은 하루의 연속이었는데, 글을 쓰지 않아도 요즘 내 삶은 빡빡하게 굴러갔다.
#4
그런데 무언가 건조했다. 가습기 없이 25도 난방만 틀어놓은 좁은 실내에서 피부가 바삭거렸다. 오, 지금에서야 알겠다. 글을 써야 삶이 촉촉해지는 구나. 글쓰기가 피지오겔 수분크림 뺨치는구나.
#5
내 입술 옆의 근육들이 양쪽 모두 미세하게 당기는 느낌이 든다. 눈이 풀려있다. 아-. 지금 내앞에 거울이 있어서 고개를 들어 마주할 수 있다면, 나는 분명 희미하게 꽉차게 웃고 있을 것이다. 글을 쓰지 못하게 했던 자잘한 이유들이 녹아 없어지고 있다.
#6
글쓰기는 순간이구나. 글을 나의 족적으로 남겨서 대대손손 물려주는 작업이 아니구나. 한 단어, 한 문장 즉흥적으로 써내려갈 때 마다 터지는 작은 희열이 가장 핵심이구나. 내 안에서 뭉치고 가라앉고 썩혔던 실타래가 아니라 실이 만들어지자마자 쭉쭉 뽑아내니 거 참, 시원하다. 이 청량감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였구나.
#7
다시 글을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