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직업을 찾는 실험

by 박가을

83세까지 일해야 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최근 이호선 교수님의 세바시 강의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45세, 50를 앞두고 준비하면서 지금까지의 인생이 괜찮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모아놓은 돈도 없고 쌓아놓은 명성도 없는 내 인생이 괜찮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순히 남들보다 내 위치가 낮아서 오는 좌절감이라기 보다는 '나다운 인생을 살아왔는가'라는 관점에서 후회되는 부분이 참 많아집니다.


지금까지 20년 쯤 일해오면서 그저 흘러오는대로, 해야만하는 것들을 해왔던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요. 자기만의 직업을 가지고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더 커져 갑니다. 나는 어떻게 나만의 길을 만들 수 있을까? 나만의 직업을 가질만한 실력이 있을까? 질문할수록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늘어납니다.


이 시점에 제가 만난 두 권의 책이 <What do you want>와 <퓨처 셀프>입니다. <What do you want>는 자기만의 질문이 없다면 자기만의 여정을 떠날 수 없다는 카피처럼 다양한 질문을 통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에 답해가도록 도와줍니다. 베스트셀러였던 <퓨처 셀프>는 '미래의 나'라는 개념을 통해 큰 꿈을 꾸고 다른 삶을 이루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두 책 다 굉장히 성장지향적이고 마음에 웅장한 기대를 품게 만들어줍니다.

<What do you want>에서는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환승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책의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다음의 문장입니다.


"나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에는 부끄러움이 반드시 동반하기 마련이라고"


저는 나의 속을 드러내고, 나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참 부끄러워요. 그리고 나만의 스킬을 정리하는 것 역시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은데 어설플 거 같아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죠. 이런 부끄러움은 자기다움을 만들어갈 때 반드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겁니다. 이런 부끄러움이 당연한 과정이니 이를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이 문장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죠.


그러면서 경험을 통해 나만의 일을 만들어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중에 제가 좋아하는 대학내일의 이윤경 본부장의 이야기도 있었어요.


"낮에는 대학내일 인재성장팀에서 동료들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밤에는 강점, 조직문화 퍼실리테이터 겸 작가로 일하고 있다"고요.


나의 경험은 어떤 커리어로 연결이 될까 고민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나는 어떻게 정의될지, 무엇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What do you want>에서 커리어 피보팅을 이전에 갖고 있던 경험을 일정 부분 살려서 직업을 바꾸는 경우라고 이야기합니다. 의사가 의학이라는 전문분야의 축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의학전문기자가 되는 것이 커리어 피보팅이라고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해줍니다.




책의 이야기는 참 쉬운데 내게 적용하려니 참 어렵습니다.


내 경험부터 정리해 봅니다.

저는 홍보 기획사에서 에디터로 기획자로 일해왔습니다. 책, 매거진, 영상, 공간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조직문화 책자를 만들에 되었죠. 조직문화와 관련된 일들을 해나가면서 이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늘었고, 책자를 만들던 것에서 컨설팅이 가능한 정도로 지식을 갖추게 되었죠. 그러면서 회사의 그라운드룰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직원들이 직접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게 돕는 프로젝트들이 늘어났죠. 그리고 이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그라운드룰을 쉽게 만드는 워크 시트도 만들게 되고 조직문화를 내재화하는 교육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강의, 교육, 컨설팅으로 영역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까지 걸어온 저의 경험입니다.


이 경험으로 나는 어떻게 커리어 피보팅을 해야 할까요?

책에서 소개하는 커리어 피버팅을 위한 A~Z 질문 중 일부이지만 일단 대답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Expertise 직장이나 직책이 아닌 전문성으로 나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우니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전문성을 서술해보겠습니다.

저는 조직이 가진 이슈, 일하는 사람들이 가진 고충에 공감하고 동화되어, 해당 조직문화에 맞는 행동강령 또는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문장을 제안하는데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요. 이걸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조직문화적 글쓰기'라고 정의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조직문화 언어 개발자' 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 조직다운 언어를 개발하고 그것을 내재화, 전파하는 교육을 하는 사람인 것이지요.


Intention 나의 직업적 의도는 무엇인가?

저의 직업적 의도는 모든 회사가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도록 돕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고충과 문제를 직면하다보니 부정적인 측면을 더 많이 보게 됩니다. 불평과 불만에 더 집중하게도 되고요. 중요한 것은 불평에 그치지 않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이 문제를 드러내어 이야기하면서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더 나은 문화를 만들어가도록 돕는 과정 속에 저의 직업적 의도가 다 들어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One and only 나만이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한 언어를 잘 골라냅니다. 레퍼런스를 많이 갖고 있기도 하지만 일단 해당 조직에 깊이 들어가 그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에디팅 해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게 기획자로서의 강점이지요.


Value 내 직업으로 인해 고객이 얻는 가치는?

각 조직다운 언어를 갖게 됩니다. 흔히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일하는 사람끼리만 통용되는 밈이 존재하지요. 그런 '밈'이 일하는 방식을 표현하기도 하고 일하는 방식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조직문화 언어 개발을 통해 공동의 분위기, 공통의 배경을 갖게 되는 것(동질감)이 고객이 얻게 되는 가장 큰 가치일 것입니다.


Open AI

와, 4개의 질문에 답했을 뿐인데 저만의 직업이 무엇인지 보입니다. "조직문화 언어 개발자" 이 말은 어려우니 "조직문화 작가" 정도로 정리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멋진 단어의 개발을 위해 챗 GPT에게 위 내용을 공개하고 나의 직업을 어떻게 정의내릴지 물어보았습니다. 챗 GPT의 제안은 "조직문화 디자이너"입니다. 예전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는데 이렇게 직업적으로 꿈을 이루는 걸까요? 왠지 디자이너라는 단어가 고루해 보여 새로운 제안을 더 받아보았습니다.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은 "컬처 스토리 메이커"에요. 조직의 문화적 서사를 만드는 창조적 역할을 강조하는 언어라고 챗GPT가 자랑스레 제안을 합니다.




위의 내용 중에서 직업을 정하고 저만의 실험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여기 브런치에 조직문화적 글쓰기를 시도해보려고요. 저의 지난 일과 엮어서 지금 하고 있는 일, 미래의 나를 계획하며 어떻게 저만의 직업을 만들어가는지 차근차근 기록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