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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dsbyme Apr 29. 2022

나의 보가트(Boggart)는 무엇일까

가장 무서워하는 무언가를 마주한다는 것

조앤 K. 롤링이 쓴 해리포터 시리즈는 지금 봐도 신기할 정도로 창의력이 넘치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특히 해리포터 시리즈가 모두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사람들에게 익숙한 무언가를 좀 더 생동감 넘치고 창의력 있게 재탄생시켰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일례로, 고전 동화에선 마녀들의 이동수단 정도로 짧게 등장했던 하늘을 날아다니는 빗자루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통해 "퀴디치"라는 스포츠 용품으로 재탄생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오랜 팬이라면, 아직도 넓은 퀴디치 시합장을 누비던 해리의 파이어 볼트를 기억할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선 영화에 등장한 것과 똑같은 파이어 볼트가 전시되고, 굿즈로도 판매되며 추억과 동심을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7권의 책이 연재되는 동안, 해리포터 시리즈는 빗자루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중 내가 가장 신선하게, 그리고 충격적으로 느꼈던 소재는 바로 "보가트(Boggart)"였다. 해리포터 시리즈 3권 "아즈카반의 죄수"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생물인데, 주로 좁고 어두운 곳에 숨어 살고 어떤 모습으로도 변신할 수 있는 괴물로 표현된다.


얼핏 들으면 포켓몬의 메타몽처럼 들리지만, 이 생물이 "괴물"이라고 불리는데 이유가 있다. 보가트는 마주친 사람이 가장 무서워하는 모습으로 변신해서 상대방을 겁준다. 실제로 주인공 해리는 보가트를 처음으로 마주하곤, 두려움에 기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괴물과 같은 생명체로 느껴지겠지만, 사실 보가트는 해리포터 시리즈 내내 주요 인물들이 공포를 극복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존재다. 해리포터는 자신을 사로잡던 트라우마를 보가트를 통한 수련으로 극복했고, 시리즈 후반에는 다른 등장인물들 역시 두려움을 극복하는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보가트를 활용하곤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접한 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후, 난 이제서야 이 "보가트"라는 생명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시리즈 3권에 보가트가 등장했을 땐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포켓몬스터의 메타몽 같은 존재구나-하고 해리의 가정사나 성공스토리에 주목했었다. 근데 왠걸, 20년이 지나서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인지, 갑작스레 "내가 보가트를 마주하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맞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는 건, 30대의 주책이자 뒤늦은 사춘기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해리가 보가트를 마주하고 넥스트 레벨로 나아갔듯이, 나 역시 나 스스로의 두려움을 성찰하고 조금이나마 성장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게 아닐까. 그래서 크게 3가지로 나의 보가트 변신 후보를 소개해고자 한다.

1. 보가트 변신 후보 1: 게으른 사람

보가트를 주제로 글을 써보기로 다짐하고 가장 먼저 생각난 건 "게으른 사람"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살찌고 게으른 사람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맞다. 난 스스로 비대해 보이거나, 살이 올라보이는 걸 정말 싫어한다.


엄청 근육질인 자기관리 끝판왕은 아니지만, 나는 나름 매일 최소한의 게으름을 피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쏟고 있다. 먹는 즐거움은 언제나 필요하다고 믿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 선을 지키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편이다. 조금만 몸이 무겁거나, 부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면 그날은 식욕이 정말 거의 제로에 가까워진다.


만약 내가 보가트를 마주한다면, 높은 확률로 인생 최대 몸무게에 잔뜩 부은 내 얼굴을 한 나 자신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2. 보가트 변신 후보 2: 무기력한 사람

좀 재밌는 글이 되어야 하는데, 첫 번째 보가트 후보로 스스로의 강박만 드러낸 느낌이 들어 좀 더 생각을 해보았다.


 글을 쓰기 , 브런치에 내가  글들을  읽어보았다. 사실,  내가  글들을 다시 읽는걸 매우 부끄러워하는 편인데, 이왕 "가장 두려워하는 " 주제로 글을 쓰기로 맘먹은 이상 한번 마주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글을 읽어보며 느낀 , 생각보단 그리 두렵거나 부끄럽진 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부끄럽게 생각한  불규칙한 글의 업로드 주기였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는 스스로 매주 글을 업로드하겠다 다짐했었다. 근데 어느순간, 삶이 바쁘단 핑계로, 글감이 없단 이유로 난 점차 그 다짐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무기력하고, 스스로가 힘이 없어 보이는  정말 두려워한다는 .


사실 언제부터 이랬는진 정확히 모르겠다. 근데 어느 순간 나는 내가 무기력하게  모든 불행을 누군가의 탓을 돌리는걸 두려워했다. 가까운 과거를 돌아보면, 뭐에 홀린  주식에 돈을 넣고  손해를 봤을  시장 , 세력 , 누군가의 탓을 하기 시작했을  스스로가 더욱 초라해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멀리 돌아가 보자면, 사실  내가 징징거린다고 들어줄 누군가가 많이 없었던  같기도 고.


3. 보가트 변신 후보 3: 내 가족을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

 번째 후보까지 생각해본  좀 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일단 첫번째론, 일단 이 글은 망했다. 스스로 생각이 너무 많아진 이상, 이 글은 재밌긴 어렵고, 그렇다고 청춘스러운 무언가를 담기도 려우니 망글에 가끕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 좀 더 자기 성찰적으로 1, 2 후보를 기반으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내가 게으르고 무기력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의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은 마음이   같다. 나는 두려움을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스스로가 절제하고 노력함으로써,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피해보고 상처받지 않길 간절히 바라고  바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리포터 세계관 속에서 보가트는 "Riddikulus"라는 주문을 통해 무찌를 수 있다. 영어 좀 한다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리디큘러스는 "웃기는,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이라는 뜻의 영어단어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아직도 성인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포인트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보가트라는 괴물이 아무리 사람 내면의 공포를 자극해도, 결국 그건 사람의 경험에서 온 한계점이자 두려움일 뿐이다. 우리가 그 두려움과 한계점의 맹점을 인지하기 시작하면, 결국 그 모든 건 "웃기는,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무언가가 되어버린다.


"지나고 보면 추억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보면 해리포터의 보가트를 표현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내가 두려워하는 세 후보군도, 몇 년 후에는 모두 추억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지어본다. 아, 글은 그럴듯하게 썼지만, 난 내일 아침은 무조건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하려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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