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왜 제육볶음과 돈까스, 국밥이면 충분한가
10년을 넘게 알아온 친구들과 점심시간 즈음 만나면, 별다른 논쟁 없이 행선지는 항상 정해져있었다. 사소한것 하나로 1시간을 투닥거리는 사이임에도, 이상하게 점심을 어디서 먹을지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바로 "김밥천국"이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주변에 김밥천국이 없다면, 김가네, 혹은 미소야나 한솥 같은 다양한 대체제가 존재한다. 논쟁이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다.
물론 사회생활 짬(?)이 차면서 이따금씩 좀 더 비싼 식당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우리는 본능적으로 김밥천국을 찾곤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나와 내 친구들은 김밥천국을 갈망하는 것일까?
1. 유치한 싸움의 가능성 소멸
앞서 언급한 식당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식의 모든 베리에이션을 아우른다는 점이다. 일례로 김밥천국은 분식메뉴부터 돈까스, 모밀같은 일식 메뉴까지 섭렵하고 있다. 한솥이나 미소야 역시 마찬가지다. 단맛을 좋아하면 좋아하는대로, 매운걸 즐기면 즐기는대로 취향것 선택이 가능하다. 즉, 이곳에 가면 "난 이게 싫다" "난 이게 좋다" 등 남자들이 하는 유치한 싸움의 가능성이 전부 소멸된다.
남자들이 3명 이상 모이면 본능적으로 김밥천국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첫번째 이유다.
2. 잔뜩 시켜도 감당 가능한 가격
두번째론, 2030 남성들의 어마무시한 식사량에 기인한다. 예전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김밥천국은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남자 세명이 방문해서 오므라이스, 돈까스 등 각자 식사 메뉴를 시키고, 나눠먹을 요량으로 라면이나 김밥을 시켜도 만원 초반대로 모두 커버가 가능하다. 즉, 저렴한 가격에 배 터지게 먹는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3. 그리고 음식계의 늘푸른 소나무, 제육과 돈까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바로 음식계의 늘푸른 소나무와 같은 제육과 돈까스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제육과 돈까스가 남자들의 소울푸드인 이유는, 한결같은 맛을 자랑하기 때문이아닐까. 제육은 적당한 질의 고기로 적당히 양념되면 더할나위 없고, 돈까스 역시 적당히 잘 두들겨진 고기를 튀기면 소스빨로 어느정도 맛이 커버가 된다. 두 메뉴는 베리에이션도 많이 없고, 어느 김밥천국을 가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자랑한다.
물론 요즘은 일본식 정통 돈카츠도 많이 나오고 있긴하지만, 이건 돈카츠다. 우리가 생각하는 돈까스가 아니다. 맛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돈까스와 제육은 언제나 적당한 자극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인 것이다.
오늘 점심에 옛날 맛을 잘 살린 돈까스를 먹고, 갑자기 느낌이 와서 그대로 쓴 궤변으로 가득한 브런치 포스팅이다. 쓰기 전엔 그럴듯해보였는데, 막상 글을 쓰고나니 제육과 돈까스가 위대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것 같아 죄스럽고 한스럽다.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후속 포스팅을 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