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이냐 방어냐 모를 땐 일단 멈추고 '리셋'하기
부동산 투자, 그중 아파트로 자산을 키우려는 사람은 어떤 멘털이 필요할까?
새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서울 강북의 전용 59 제곱 분양가는 이제 9억 5천만 원대가 나오고 경기도 광명시의 전용 84 제곱 분양가는 이미 12억대를 가뿐히 넘어갔다. 그런데 새 아파트가 아닌 상당수 구축 아파트의 시세는 뒷걸음쳤거나 움찔하고 있다.
호가가 아닌 실거래가는 평균 시세보다 가격을 매우 낮춘 매물만 이따금씩 거래된다. 21년 '폭등시기'를 겪고 크게 하락한 부동산 시장은 바닥을 다진 후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까?
V자 반등이냐, U자형으로 침체 기간이 길어질 거냐, 지금은 일시적 반등인 데드캣바운스 현상이다 등등 매체 속 전문가의 의견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가장 무난한 전망 예측은 '양극화'로 간다는 '방탄' 수준의 나몰라 예측이다.
"내일의 날씨는 곳에 따라 소나기가 내리고 가끔 구름 속에 맑겠습니다."
아무도 내일 날씨를 모른다는 예보다. 이럴 때는 속도를 한 템포 늦추고 긴 호흡을 해야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분당에서 가장 빨리 새 아파트로 바뀐다는 리모델링 단지를 찾았다. 이곳은 동생이 15년 전 신혼집으로 매수해서 오래 살던 곳이다. 전용 59 제곱을 2억 중반대에 매입하고 잘 살았다. 우리 집과 부모님 집 중간에 위치한 단지라 지나가며 종종 들렀던 곳이다.
95년 입주한 24평대가 주력인 이 단지는 항상 뛰노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활기찼던 곳이다. 그런데 리모델링이 시작되며 사람들은 모두 이주했고 지금은 텅 빈 단지가 되었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이 그렇게 사람들로 붐볐던 그 아파트가 맞나?'
단지 내 멋진 아름드리나무들이 모두 절단되고 어린이 놀이터는 추억과 함께 밀려 버렸다. 넘치는 차량으로 몸살을 앓던 주차장은 텅 빈 주차장이 돼버리고 쓰레기와 공사 안내판만 덩그러니 서 있다. 하지만 놀라운 '변신'을 준비 중이다. 지금은 바짝 웅크리고 시간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을 뿐이다.
'추억은 시간의 기억에 남기고 새로운 공간이 도시와 부를 재편한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분당 최초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입지가 완벽에 가까운 곳에 헌 아파트가 새 아파트가 되면 그 가치는 얼마가 될까?
근데 가슴이 뿌듯해야 할 동생은 이곳에 전혀 관심이 없다. 외면한다. 4년 전 리모델링 추진이 본격화되자 '이때다' 하고 바로 매도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기다려라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었다. 그때 동생은 이런 말을 나에게 했었다.
"여기 이미 너무 올랐어. 지금이 꼭지야~"
그때는 꼭지가 아니라 가운데쯤에 있었다.
부동산은 사이클이고 타이밍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맞다. 최고 입지의 매물이라도 언제 사고, 언제 파느냐에 따라 수익이 기대보다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 후배가 4년 전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고 당시 추격 매수를 감행했다. 잠실 운동장옆 전용 59 제곱 아파트를 '영끌'하여 매수했다. 이 단지의 19년 4분기 실거래가는 15억대~17억대였다. 21년 최고가는 21억 9천만 원까지 찍었지만 이 가격대는 몇 개 없다. 지금 23년 2분기 실거래가는 17억대~19억 범위다. 후배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그래도 가격이 좀 빠졌다가 최근 회복되어 가는 거 같네~"
"글쎄요.. 저는 대출이자, 기회비용 감안하면 제자리예요. 그동안 벌은 게 별로 없죠.."
"입지가 최고인 곳이니 좋아지겠지~"
"지난 21년 같은 상승이 금방 올까요.. 그러면 팔고 싶어요.."
"글쎄.."
3~4년 보유기간 정도로는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을 모두 커버하지 못한다. 특히 대출과 급한 돈까지 투자한 경우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도 2010년~2014년 수도권 장기 침체기에 물려 고생한 적이 있다. 그때도 기다림만이 탈출 방법이었다. 손해 봐도 팔리기만을 기다릴 때가 있었다.
'부동산 시세는 소유할 수 없다. 실제 매도한 가격만이 보유 자산의 정확한 가치다'
며칠 전 인천 쪽 분양권 투자 고민을 했었다. 지금은 미분양이지만 3~4년 후 입주 시에는 가격이 오를 거 같았다. 하지만 주변에 입주 물량이 많고 현재 부동산 시장의 큰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고민하다가 아내에게 물었다.
"지난번 갔던 곳 거기 어때? 해 볼까?"
"당신은 점점 참을 줄 모르네.. 또 실수해 돈 묶이면 어쩌려고?"
"그래도 입지가 좋아질 곳인데.. 3년 보고 뭔가 시도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분 같이 34년 동안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일까?"
"뭔.. 34년?"
34년이 걸린 재개발 프로젝트가 실제 있다. 올해 11월 개장을 앞둔 일본 도쿄의 새로운 미래 '아자부다이힐스' 프로젝트다. 약 5조 9천억 원이 투자된 일본 최고의 마천루이자 '콤팩트 시티'로 도시 속 도시를 지향한다. 도쿄 도심 내 녹지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330m 초고층 빌딩을 지었다. 아파트와 학교, 병원, 쇼핑몰, 벤처캐피털사 등이 함께 들어선다. 기존의 롯폰기 힐스와 경쟁할 곳이다.
놀라운 것은 1989년 재개발 조합 설립 이후 조합장이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당시 64세였던 재개발 추진 위원장은 올해 98세가 되어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라 한다.
'34년이란 시간 투자의 결과물.. 98세 노인이게 남은 이것은 부인가 영광인가?'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극심한 장기 침체를 겪었다. 이 프로젝트는 수많은 이해 갈등과 부동산 경기 상승과 하락이라는 사이클을 극복했다. 나는 그 조합장이 누구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이건 부동산 프로젝트가 아니라 '인생 프로젝트'였음이 분명해 보인다.
'무엇이 이러한 기다림과 인내를 가능하게 했을까?'
목표를 위해 통제하고 기다리면 성공한다는 '마시멜로 효과'를 전부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잘 모를 때, 앞이 잘 안 보일 땐 일단 멈추고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눈앞의 안개가 조금씩 걷힐 때 방향을 탐색해도 그리 늦지 않을 것이다.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멈추고 각 잡고 '리셋'을 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동산 투자는 늘 사는 것보다 유지하고 파는 것이 더 어렵다.'
아무튼 위 조합장같이 새로운 시간과 공간의 이정표가 될 만한 '34년 프로젝트'가 있다면 작은 지분이라도 참여해 보고 싶다. 그런 게 '돈'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인생 프로젝트'이니까.
'이런 건 팔지 않아도 좋으니.. 도대체 그런 곳이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