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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운트레이크 Jun 19. 2023

부동산 재테크로 꼭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

세상을 보는 호기심, 또 다른 렌즈가 중요한 이유

'나는 세상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은 왜 가게 되었을까?"

'무엇이 내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는 걸까?'


세상 관심사 중에서 유독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면 좀 유별난 사람에 속할까? 가끔씩 내가 들여다보는 세상을 내가 왜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우선은 긴 직장생활 덕분이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여러 부동산 사이클을 경험해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지금도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며 다양한 호기심을 해소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의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호기심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히 괜찮은 '부캐'를 만들어온 셈이다. 보통은 많아야 평생 자기 집 1채 매수해 본 경우가 경험의 대부분이다. 부동산에 무관심하거나 아예 부정적 인식을 가진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나는 부동산 주제만 나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드니.. 좀 특이한 유형에 속하긴 한다.


'어쩌다 이런 부캐를 가지게 되었지?'


직장에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림에 있어 나는 주도적인 편이 아니었다. 대신 가급적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 했다. 답답한 직장 생활 이야기 말고.. 직장 밖 다른 세상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술자리가 약한 내가 술을 적게 먹기 위한 생존 방법 중 하나였다. 질펀한 술자리를 타고 술잔 넘어 흐르던 '돈'에 대한 주제들.. 진실을 알 수 없는 성공담과 실패담들.. 흥미로왔다. 그중 하나가 부동산이었다. 


'그냥 우연히..'


빌 게이츠는 거대한 명성과 부를 쌓았다. 그가 이룬 성공에서 운과 실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얼마나 될까? '돈의 심리학' 저자 모건 하우절은 '운'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다고 말한다.


"빌 게이츠는 컴퓨터가 있는 중등학교를 다녔는데 당시에 이런 학교는 전 세계에 몇 되지 않았다. 다닐 확률은 100만 분의 1 수준이었다. 근처의 대학원에도 그런 컴퓨터가 없었으니까."


"우리는 서로 다른 렌즈를 가지고 세상을 본다. 우리는 세상의 아주 작은 한 조각을 경험해 보았을 뿐이다"


빌 게이츠가 최종 목표(End Image)를 미리 알았거나 인생 설계를 중등학교 때 준비한 것도 아니다. 삶의 과정에서 마주친 우연이.. 어찌 보면 '행운'이 세상을 보는 관점과 자기만의 생각 체계를 만들어 준 것이다.


내가 퇴사해 보니 직장 생활은 영화 '트루먼 쇼'에 나오는 진짜 같은 가짜 세상에 가까웠다. 세상사 돌아가는 이치와 논리는 압축되어 있지만 실제 Real 세상과는 분리된 공간이다. 바깥세상으로 나가면 직장에서 통하던 생존 방식은 '먹통'이 된다. 


회사를 나가면 자유롭지만 개인의 이름을 건 '무한 경쟁 게임'이 된다. 그 세상에서의 '생존 방식은 무엇일까' 어렴풋이 궁금했다. 그것의 출발은 일단 호기심이었다. 저쪽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직장 밖이 찐 세상이라면 거기서 돈을 버는 방법도 알아야 되지 않을까?'




처음에는 직장에서 받는 연봉 말고 바깥세상에서,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고 싶은 욕망뿐이었다.


'이게 가능할까? 한번 해보고 싶은데..'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처음으로 추가 소득원을 만들었다. 오래전.. 1 주택자로서 신혼집이었던 17평 아파트를 21평 아파트로 갈아타고 매매 차익을 얻었다. 그 후 평수를 넓히고.. 분양권 투자 등 다양한 분야로 경험을 확장했다. 중간에 실패도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면 큰 손실도 조그맣게 작아지고 시간의 흐름 속에 태워 버릴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부동산이란 주제가 계속 투자를 하고 돈을 벌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호기심' 없이, '알아가는 즐거움' 없이 무언가를 오래 지속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세상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렌즈가 됐을 때 재미있다. 예를 들면,


'부동산의 입지 가치는 왜, 어떻게 생기는 걸까?'


입지 가치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경제, 사회, 심리의 복합적인 상호 작용을 이해한다는 의미와 같다. 단순히 돈 되는 포인트를 찍으려는 것이 아니다. 입지는 도시를 진화시키고 돈의 흐름을 계속 재분배한다. 이 과정이 다채롭다. 


'여러 입지를 관찰하는 것이 숲 속의 다양한 새들이나 들판의 숨은 꽃들을 알아가는 과정과 무엇이 다를까?'


내가 부동산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친구가 그걸 궁금해한 적이 있다.


"너는 맨날 부동산에 관심이 많던 데.. 뭐가 그렇게 재미있니?"

"역사나 인물 책을 읽으면 다양한 인생사 흥미진진 이벤트가 나오잖아.. 그런 거지."


"그렇다 해도 당장 투자할 것도 아니면서 모델하우스나 현장은 왜 그리 많이 다니냐?"

"백화점 구경한다고 다 사는 거 아니잖아.. 미술관 구경이 미술품 사러 가는 거니?"


"어쨌든 이런데 에너지 쏟는다는 게 대단해.. 다 돈이 돼서 그런가?"

"너는 어디에 시간을 쏟고 있니?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면 그게 돈 돼서 그런가?"


"..."

"그래도 음악이란 너만의 삶의 주제가 있잖니. 그런 관심사가 없는 사람은 어떨까?"


세상을 바라보고 인생을 이해하는 자기만의 방식이 다 있게 마련이다. 겨우 근거리만 볼 수 있는 '렌즈' 하나만 갖고 있는 사람이 있고, 여러 세상을 다양한 거리에서 맞추어 볼 수 있는 '다초점 렌즈'를 갖춘 사람도 있다. 두 가지 부류 중 어느 쪽이 세상을 더 다각도로 즐길 수 있을까.




60대 이후 한국의 빈부 격차는 심각해진다. 50대 후반부터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게 된다는 뜻이다. 근로소득이 끝나가는 시기가 오면 이런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 있나요?'


자신 있게 "Yes"라고 말할 수 있다면 자기 삶의 주제나 일(자산)을 갖고 있는 소수의 사람에 해당된다. 내 주변을 보면 그렇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65세 이상의 지니계수가 0.54로 젊은 층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한다.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평등이 높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20대에서 50대 초반까지는 0.25~0.35 사이에 일정하게 분포하며 빈부 격차가 크지 않다. 그 시기엔 대부분 근로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이 없어지는 고령층일수록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고 이 때문에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근로소득이 있을 때는 삶의 방식이 비슷하다. 너나 나나 돈 벌고 있으니 같은 길을 비슷하게 가는 거 같이 느껴진다. 겉으로 보이는 연봉의 차이에 속은 상해도 50대까지 눈에 보이는 차이에만 집중한다. 집의 크기, 자동차의 종류, 자식의 학교 진학 등 보이는 것에만 몰두하며 자칫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하지만 그 사이 보이지 않는 각자의 프로젝트는 진행되고 있다. 엇비슷한 직장 생활이라도 각자 세상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방식에 따라 50대 후반이 되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게 된다. 20대~50대까지의 근로기간 동안 자기도 모르게 작동하던 생각 회로가 있다. 30년 후 퇴사하면 그 프로세스의 부산물, 시간 투자의 결과물을 만나게 된다.


흔히 인생 2 모작이란 말을 많이 한다. 단어에서 주는 의미가 참 좋다. 그런데 이 단어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 인생 1 모작과 2 모작이 분리된 듯한 느낌을 준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인생 2 모작, 퇴사 후 다시 시작하는 인생?..'


퇴사 후 다시 시작이란.. 그럴듯한 표현일 뿐이다. 수십 년 일하던 직장을 나와서 50대 후반에 재교육을 통한 제2의 인생을 가질 수 있다고?.. 재교육만으론 굳어진 생각 회로가 바뀌기 어렵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던가?  


자기 삶을 자기 뜻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영화 '메트릭스'처럼 머릿속 입력된 프로그램에서 미리 깨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보고, 알아가는 즐거움을 충분히 쌓아가는 게 중요해 보인다.


'인생 2 모작에서 갑자기 골라 살 수 있는 재고 상품이란 별로 없다. 인생 1 모작에서 미리 주문 생산해야 가능하다. 자신만의 렌즈와 삶의 주제.. 그리고 세상과의 꾸준한 교감이 재료다. 그게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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