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인가 전략적 선택인가
가상 자산, 암호화폐라 부르는 '코인'은 우리 생활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오고 있을까?
오늘 판교 현대백화점 1층에 가니 가상 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POP-UP 매장을 열고 대규모 이벤트 행사를 하고 있었다. 이곳 1층 메인 홀에서는 주로 고급 브랜드 제품의 신제품 출시를 알리는 이벤트가 열리던 공간이다.
그런데 가상자산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 자리에 들어와 있으니 다소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든다. Off-line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백화점 1층에 설치된 On-Line 가상자산 거래소의 모습이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교차하는 접점이자 경계선에 서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국적인 느낌이 드나?'
어차피 미래의 상점에선 물건을 안 판다고 한다. 영국 디자인 회사 어셉트 앤 프로시드의 CEO 존스턴은 말한다.
"미래의 상점은 그저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공간이 될 것이다. 매장은 물건보다 경험이 우선인 공간이 된다."
나와 아내는 호기심으로 신난 어린이처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줄에 서 보니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와 나이가 비슷한 50대 사람들도 제법 계좌 인증을 통해 바로 들어왔다.
'투자하는 사람이 많구나.. 외롭지 않네.'
현장에서 참여 프로그램을 마치고 경품을 받았는데 나는 운 좋게 비트코인 1만 원 쿠폰을 받았다. 업비트 앱에 코드를 등록하니 바로 비트코인 9,948원에 해당하는 0.00006840 BTC가 들어왔다. 쉽다. 이 가격은 계속 움직일 것이다.
'흠! 커피 쿠폰 1만 원보다 이게 기분이 좋다. 나중 10만 원이 될 수도~'
국내 가상 자산의 1일 평균 거래 대금은 이미 작년 11월 코스피+코스닥 시장 전체 규모와 맞먹었다. 또한 트럼프는 암호화폐 중에서 코인 5종을 미국의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언급한 바도 있다. 최근에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호기심을 갖고 새롭게 연구할 게 점점 많아진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거 말고는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른 체 세상이 바뀌고 있다.
미국 라이스대학 에릭 데인 교수는 말했다.
"전문가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학습만큼이나 이전에 내가 쌓아 올린 지식을 폐기하는 '폐기 학습'이 필요하다."
부지런히 배우고 학습해야 한다. 독서나 경험을 통해 복리가 발생하는 지식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개인이 한 줌의 지식이나 경험으로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암호화폐 시장뿐만이 아니라 AI 기술의 개발 속도는 또 얼마나 빠른가?
이미 23년 말에 구글의 AI는 기존에 세상에 없던 물질 38만 개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연구 방식으로는 800년 걸릴 일을 한 번에 해결한 것이다. 이는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그런 속도가 아니다.
'이렇게 빨리 변하는 세상.. 나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AI와 코인이 진격하는 시대에 나는 오히려 아날로그 세상으로 더 돌아가고 싶다. 흐름과 거꾸로 가고 싶은 욕망이 자꾸.. 이건 비겁한 후퇴인가? 아니면 전략적인 선택인가?
며칠 전 신도시 택지지구의 단독택지를 LH에서 선착순 분양하고 있어 아내와 둘러보았다. 수도권 핵심 입지의 신축 아파트 가격은 연일 치솟는다고 언론에서 떠든다. 그런데 수도권 단독택지 땅은 남아서 선착순으로 분양 중이다.
아파트가 가격 탄력성이나 환금성면에서 투자성이 더 높은 상품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내 마음은 거꾸로 땅을 깔고 집을 짓고 싶어지는 마음이 강해진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더 안전할 거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게 나이 탓인가..'
아무튼 요즘 집을 짓고 싶다. 이거에 다시 꽂히고 있다. 나만의 공간을 직접 설계하는 생산자이자, 그 과정에서 산출된 경험 행복의 소비자가 되려는 것이다.
눈 돌아가게 빨리 바뀌는 세상.. 끝까지 계속 쫓아갈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나만의 요새인 '시타델'을 구축하고 싶다. 그 공간 안에서는 바깥과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쌓고, 가빠진 호흡도 천천히 내 페이스에 맞추어 다듬고 싶다.
이제 시작이지만 오늘도 한 걸음씩 내디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