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새로운 갈림길에서
연휴 어느 날, 동네 카페의 햇살 좋은 창가에서 나는 아내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었다. 5월의 한가롭지만 눈부시게 푸르른 나뭇잎들이 여름을 슬며시 재촉하며 짙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이 가볍게 조인하더니 여자친구와 결혼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언젠가 이런 행복한 날이 오리라 예상했지만.. 약간의 허전함 그리고 미래에 대한 어수선함이 함께 몰려왔다.
왜 그렇지? 이 또한 기뻐할 일이 분명한데 말이다.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일까?'
그동안 자식을 키우면서 몇 가지 큰 불확실성들을 잘 헤쳐 왔다. 예를 들면 대학 입시, 군대 입대 그리고 취업의 문 이런 것들.. 그리고 새로운 문이 또 열리려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갈림길에서 한쪽을 선택하고 꺾고 있는 느낌이랄까.
오랜 회사 생활에서 물러난 후 나도 모르게 현재의 편안함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래의 작은 변화에도 예민해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새롭고 낯선 상황을 항상 호기심으로 바라보자.'
이렇게 늘 다짐하며 인생의 과제들을 해결해 왔다. 근데 요즘 살짝 지쳐가는 나를 관찰하게 된다.
아마 5월의 햇살이 한없이 찬란하고 바람은 그지없이 청량해서 그럴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5월이다. 그냥 좀 지치면 어때..'
올해도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테마이고 나의 정체성에 가깝다. 그런데 세계경제나 국내 상황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의 패턴이나 경험에 의존해서 미래를 예측하고 판단한다는 것은 점점 불가능하다.
'점점 더 조심스럽고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아진다.'
어렵다고 단순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려 하는 것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 뇌의 인지기능은 자꾸 약화되고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생각을 멈추고 급하게 한쪽으로 종결처리하려는 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걸 못 견디는 사람들'의 저자 아리 크루글란스키는 말한다.
"인간은 거북하고 위험이 따르는 불확실성에서 도망치기 위한 방법으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에 매달린다."
불확실성을 새로운 상황으로 인식하고 호기심을 느끼게 되면 탐색을 통해 섣부른 결정을 피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한 줄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불확실성이 부여하는 가능성에 즐거워할 수 있을까?'
계속 때가 되면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인생의 갈림길들.. 어느 쪽을 선택할지 정해진 정답지는 없고 때로는 선택권 자체가 없을 때도 있다. 다만 호기심의 촉을 계속 세우는 것은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
그래도 지칠 때면 어디로 가지?
마침 그 답을 알려주는 책을 서점에서 우연히 만났다.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by 수전 매그새먼, 아이비 로스)
다음 주말에는 미술관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