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이 된 할아버지

by 무사이

“할부지, 여기 있네.”

할아버지를 찾는 건 내가 최고지. 옷장에 다가가면 숨소리가 들리거든. 옷장 문을 열면 할아버지가 웃으며 날 안아주셔.

숨바꼭질 놀이를 하면 항상 내가 술래야. 숨바꼭질 놀이도 재미있지만, 할아버지 어깨에 기대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도 참 좋아. 할아버지와 같이 있으면 자꾸 웃게 돼.

난 아기 상어 노래에 맞춰 춤도 출 수 있어. 노래에서 할아버지 상어가 나오는 부분이 제일 좋아. 춤을 추다가 그 부분이 나오면 할아버지 품으로 뛰어가. 할아버지 품에 안기면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나. 난 된장국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은 금방 다 먹을 수 있어. 이건 비밀인데 된장국보다 할아버지가 더 좋아.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바람에 나무가 미역국 속 미역처럼 흐느적거려. 엄마가 그러는데 태풍이 지나가고 있대.

숨바꼭질은 시작도 안 했는데 할아버지가 안 보여. 오늘은 꼭 같이 있고 싶은데. 태풍이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고. 여긴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할아버지만 없잖아.

“엄마, 할부지는 어디 갔어?”

엄마가 말없이 나를 안아주셨어. 그러고 보니 할머니도, 아빠도, 엄마도 모두 눈이 빨개. 검은 옷을 입고 머리에 하얀 핀을 꽂고 있어. 빨리 집에 갔으면 좋겠어. 할아버지는 분명 옷장 속에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옷장 속은 정말 깜깜하거든.

“엄마, 나 아기 상어 노래 들을래.”

“하루야, 여기선 안 돼. 밥 먹으러 올라가면 들려줄게.”

“지금, 지금 들을래.”

할아버지가 있었으면 같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췄을 건데. 내가 춤을 추면 할머니도 엄마도 다 웃으니깐. 엄마가 틀어주는 아기 상어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췄어. 할아버지 상어가 나오는 부분에는 할아버지가 있어야 하는데. 할아버지가 없으니깐 기분이 이상해.

“하루야, 하루가 좋아하는 단팥빵 줄게. 노래는 그만 듣자.”

“할부지도 단팥빵 좋아하는데. 엄마, 할부지는?”

“할아버지는 멀리 가셔야 해. 그래서 다들 인사하러 오셨어.”

“어디로? 하루도 할부지 따라갈래.”

“너무 멀어서 하루는 같이 못 가. 우리도 가서 인사만 하고 올까?”

엄마 손을 잡고 할아버지 사진 앞에 섰어. 사람들은 사진 앞에 흰 국화꽃을 올려놓고 울면서 절을 하고 있어. 사진만 있지, 할아버지는 없는데. 한 입 먹은 단팥빵은 국화꽃 옆에 올려놨어.


이제 집으로 가는 길이야. 태풍이 지나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이 좋아. 할아버지랑 놀이터에 가서 그네를 타야겠어.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신발을 벗어던지고 옷장이 있는 안방으로 갔어. 할아버지는 분명 옷장 안에 숨어 있을 거야. 숨바꼭질할 때마다 그랬거든.


“엄마, 할부지가 기다리다 옷장이 됐나 봐.”





_2020년 겨울 시와 동화가 있는 집 <시와 동화> 94호 <복사골 우리 동네 눈 오는 밤 이야기>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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