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쥐방울 Oct 25. 2023

아침 6시 vs 밤 12시 육아

당신의 선택은?

아침형 어린이는 돌쟁이 무렵부터 일출시간을 알고 있는 듯한 생체리듬을 보여주었다. 분명 깜깜한 밤중수유를 한번 이상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상시간은 새벽 4시. 두 돌 무렵까지도 통잠을 모르는 아기를 양육하던 엄마라는 사람의 심정은 이러했다. '잠을 죽어서 자야 한다면 누가 나를 좀 죽여줘'


새벽 4시에 일어난 아기를 따라 몸을 일으켜 수유 혹은 이유식 준비를 하고, 이유식을 온몸으로 먹는 아기의 목욕도 마쳤다. 말끔해진 기분으로 심심해진 아기는 나가자고 현관 신발장 앞을 여러 번 오가며 표현한다. 결국 간단히 외출 준비를 해서 출근하는 배우자와 동시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앞 놀이터를 나온다.


코로나도 없던 때 이른 아침 찬바람이 스치는 바깥 놀이터에는 역시 아무도 없다. 이후 낮잠은 30분씩 짧게 끊어서 자고, 야근하는 아빠가 퇴근할 무렵까지 잠들기 어려워했다. 아빠가 안아주는 것은 낯설어했지만 아빠의 퇴근시간까지 최대한 버텼다가 눈뜬 모습을 보여주던 효녀였다.




저녁형 어린이는 하늘에 해가 떠있는 것과 별개로 본인만의 패턴이 있는듯하다. 아침형 어린이인 누나가 일찍 일어나서 아침식사도 마치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어도 깜깜무소식. 느지막이 일어나도 낮에 졸리면 또 어느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부분의 아기들이 다들 이러한 건가'


어느새 자기주장이 생긴 누나와는 달리 주는 대로 이유식과 일반식을 먹던 아기는 돌 무렵에 식사량이 최고조에 달했었다.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두세 번이고 계속 먹던 아기는 포만감에 앉은 채 눈이 감기기도 하고, 식사 후 놀다가 식탁 아래에서 잠든 아기를 안아 올려 방으로 여러 번 옮기기도 했다.


물론 좋았던 그 시절은 잠깐이었다. 점차 주변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타인을 관찰하며 누나의 행동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먹을 수 있던 것도 갑자기 못 먹게 되는 편식남매가 되었고, 배부르지 않은 일상의 연속은 밤에 잠이 오지 않는 나날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5년 후.


아침형 어린이는 오전 7시에 스스로 맞추어 놓은 알람이 울리면 벌떡 일어나서 자연스럽게 식탁의자에 앉는다. 어떤 때는 조금 더 재우고 싶은 마음에 아이가 알람을 듣기 전에 내가 먼저 빠르게 꺼버렸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아이는 아예 알람시간보다 한 시간 이른 6시에 일어나서 알람이 울리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공지된 초등학교 등교시간은 8시 30분부터 8시 50분이다. 1학년 때 8시 30분에 등교하고 싶은 아이는 8시 20분에 집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2학년이 되자 8시 17분에 출발하고, 2학기가 되자 8시 16분에 현관문이 열렸다. 오늘은 8시 15분...


초등학생인 지금도 여름에는 더워서 깨고, 건조한 겨울에는 코피를 흘리며 깨지만 이 정도면 동거인으로서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게다가 다음날 아침을 위해 밤 9시만 되면 침대에 스스로 몸을 눕히는 어린이는 성장하는 것이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듯하다.


아침형 인간이 내일을 준비하는 밤 9시에 저녁형 인간의 하루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저녁형 어린이에게는 전혀 몸이 고단하지 않은 시간이므로 밖에 뛰어나가 놀고 싶지만 주중에 일찍 곯아떨어진 엄마에게 같이 나가달라는 것이 무리한 부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동적인 활동이 어려운 밤에 저녁형 어린이는 흔한 남매, 흔한 남매의 흔한 호기심, 흔한 남매 오해요,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등 흔한 시리즈와 유희를 즐긴다. 그러다 비공식적으로 늦게 자도 되는 금요일과 토요일, 누나가 잠든 밤에 아이는 엄마와 놀이터행을 제안한다.


밤 12시 깜깜한 밤에 아이와 함께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육아인 듯 데이트인 듯 놀이터에 있는 시간 동안 지구 반대편에 있었던 일처럼 아침 6시에 놀이터에 나와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도 얼마후면 사라질 수 있는 잠깐의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집은 THE LOV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