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말고 가위
초등학생이 된다는 설렘으로 3월을 무척 기다려왔던 첫째 아이는 99% 설렘과 1% 긴장의 수준으로 3월 2일 입학식을 마쳤다.
동생들과 달리 아직 잠자리 독립이 어려운 아이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등교하기 위해 입학식 전날 비장하게도 밤 9시 스스로 잠자리에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생소했다.
1학년이 된 아이는 학교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오는듯했다.
입학식 진행(오른손을 왼쪽 가슴 위에 올리는 것부터)
화장실 이용방법(변기를 먼저 올리고, 앉아서 휴지를 뜯어서 볼일 보고, 뚜껑 닫은 후 3초간 물 내리기)
급식실 이용(급식판을 배꼽 정도에 대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더 먹고 싶을 경우의 방법까지)
외투 걸기(외투는 벗어서 본인 의자 혹은 개어서 사물함 위에 놓기)
등등 그 외 수많은 것들
감사하게도 아직 재잘재잘 하루 일과를 이야기해주는 아이 덕분에 대부분 학교생활을 알고 있지만, 급식까지 먹고 하교하는 첫날 아이가 화장실은 잘 다녀왔을지 궁금해서 집까지 가는 도중에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질문했다.
"학교에서 화장실은 잘 다녀왔어?"
화장실만 잘 다녀왔다면 1학년의 학교생활은 99% 적응을 마친 것이라 생각했다.
다행스럽게 아이는 화장실을 잘 다녀왔다고 답변해주어서 기쁜 마음으로 칭찬해주었고, 이후 부연설명을 더 듣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쉬는 시간에 간 것이 아니었다.
수업시간에 소변이 급했던 아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들고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린 후 여자화장실로 향한 것이다.
게다가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마침 그때 다른 아이도 화장실이 급했는지 친구와 같이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입학하고 수업시간에 초등학교 화장실을 처음 다녀온 아이의 소감은 정말 1학년다워서 웃음이 나왔다.
"여자화장실은 꽃무늬가 있어서 너무 예뻤고, 변기는 집에 있는 것과 같았어!"
이후에도 3월의 1학년 교실 풍경은 수시로 화장실을 가야 하는 아이들로 분주했던 모양이다.
어느 순간 수업을 지속해야만 했던 선생님은 규칙을 하나 만드셨다.
"이제부터 수업시간에 화장실에 가야 한다면, 손을 들 때 주먹 대신 가위를 펼치세요.
그리고 쉬는 시간에는 다음 수업 준비와 화장실 다녀오기를 마친 후 자유시간입니다."
이로써 수업시간에 단순히 질문이 있는 학생과 화장실이 급한 어린이를 구분해서 빠르게 상황판단과 수업 진행을 이루어내실 수 있게 되었다.
긴장보다 설렘이 훨씬 많았던 1학년 입학생에 비해 1학년 자녀의 부모로서는 설렘보다는 긴장이 조금 더 앞섰다.
계절은 봄이지만 꽃샘추위로 얼어붙은 3월이 지나가니 수업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 하면 언제든 흔쾌히 보내주시는 1학년 담임선생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릴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