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가 바뀔뻔한 학부모 상담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비대면 상담 중

by 쥐방울

초등맘이라는 또 하나의 부캐를 갖게 해 준 8살 첫째 아이는 3월에 입학한 후 다행히 잘 적응하며 다녔다.

같은 연장선상으로 나 역시 알림장을 매일 확인하며 1학기 학부모 상담기간을 지나 방학을 거치고 2학기 상담기간을 맞게 되었다.


1학기와 동일하게 <하이클래스> 어플로 미리 날짜와 시간 공지 알림을 주셨고, <아이엠스쿨> 학부모용 어플에서 설문을 통해 신청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시간대를 잡으려고 순간 수강신청이 떠오르기도 했다.

상담시간은 총 20분 정도씩 배정되었고, 1학기와 비교했을 때 2학기 상담 신청율은 100%는 아닌 듯 보였다.


신청 한 시간에 학교 전화번호로 연락을 주신 아이의 담임선생님과 인사를 드리고, 첫 말문은 평소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서 폭넓게 질문을 드렸다.

집에서는 말이 많은 편인데요.
선생님 보시기에 교실에서 생활하는 중에 아이의 말투나 태도 중에 제가 알고 있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선생님의 답변은 대부분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셨다.

1학년의 특징인 자기중심적인 부분을 일찍 탈피하고 있으며,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말씀과 함께 욕심을 내보자면 아이가 생각을 쓰거나 심화 문제에 들어가게 되면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잘하고 싶은 마음에 질문을 한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이 말씀을 듣는 중에도 가정에서와 정말 동일한 부분이라 선생님께서 정말 잘 관찰해주시는 듯싶어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양육자로서의 나의 태도와 말 등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시키는 것을 잘하는 아이에게 잘하고 싶은 마음에 창의성이 요구되는 모든 활동에는 그것을 깨는 것이 필요한데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위의 문장으로 마지막 답변을 해주시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순간 2~3초 정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멈춰버렸던 것 같다.

대면이었다면 나의 표정과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해 주셨겠지만, 이것은 비대면이고 방송이었다면 사고였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지만 2초 정도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선생님, 사실은 제가요...'

선생님은 3남매의 첫째 아이인 초등 1학년에 대해 말씀하고 계셨지만, 그 순간 마찬가지로 첫째로 자라온 나에 대해 말씀하신 줄로만 착각했다.

그래서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입을 꾹 다무느라 2초 동안 정적이 생겨버렸고, 다행히 정신줄을 잡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후 추가로 말씀드린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1. (몸과 마음에 관한) 아이 건강의 변동사항

입학 당시 아이는 고도원시와 약시로 안경 착용은 물론 가림막 치료도 진행하고 있어서 3월에 선생님께 말씀드렸고, 배려해주신 덕분에 1학기 내내 교실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후 방학 동안 있었던 정기검진에서 가림막 치료가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어 다행히도 중단하게 되었고, 이후 조금 높아진 교정시력 수치를 확인하며 아이와 개학 후 맨 앞자리가 아니면 어느 정도까지 괜찮은지 미리 상의 후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말씀을 들으시고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한 달에 한 번씩 자리를 바꾸는데, 아이가 다양한 자리에서 모둠활동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함께 기뻐해주셨다.

교실 내 다양한 자리에서 여러 짝꿍과 함께 활동을 하다 보면 교우관계의 폭이 넓어짐은 물론이고, 평소 친하지 않았던 아이들과의 활동에서 본인도 모르던 다양한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2. 감사한 부분!!!!!

상담 때마다 잊지 않기 위해 통화 전 쉽게 잊어버리는 저를 대비해 미리 메모해두는 편이다.

- 교실 내에서 보드게임(펭귄 얼음 깨기) 등 마련해주신 것들로 점심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점

덕분에 가장 친한 친구 이외에도 다른 아이들과의 교류가 생기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아이의 교우관계도 알게 되었다.


- 국어시간에 선생님의 돌잡이 사진과 어릴 적 직접 쓰신 일기를 보여주신 것 등 아이는 정말 새로워하면서 신나게 이야기해주는 모습을 보고, 수업 계획에 맞는 별도의 준비가 쉽지 않으실 텐데 다양하게 준비해주시는 점

인사치레가 아닌 평소 아이가 했던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꺼내어 사례를 들며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니 오히려 덕분에 힘이난다고 오늘 하루의 고생을 보상받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했다.




저학년일수록 상담 신청율은 거의 100%에 가깝지만, 신청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으실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으면 그런대로 부모님이 더욱 잘 알고 계시겠지만, 몰랐던 부분이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교직생활에 경험이 많으신 선생님으로부터 조언을 들을 수도 있는 좋은 기회였다.


2초의 정적이 없었다면 아이에 관한 상담이 아닌, 내담자가 바뀌어버릴 뻔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나를 돌아보기도 했고 가정에서의 태도도 더 굳건히 심지를 다질 수 있었다.

아이가 지금의 알을 깨기 위해서는 재촉하지 않고 많은 기다림의 시간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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