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언제 가장 예쁜가요?

by 쥐방울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학부모 공개수업 맞이를 위해 아이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서는 미리 학급 소통을 위한 어플로 부모님 설문조사를 하셨다.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포함해서 "내 아이가 언제 가장 예쁜가요?"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았다. 잘 때, 밥 먹을 때, 예쁜 말을 할 때 등 친절히 예시도 들어주셨다. 사실 아이는 무언가를 행할 때 행위의 차원이 아닌 있는 그대로 존재의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하기에 '있는 그대로 모습 자체가 충분히 예쁩니다'라고 적고 싶었다. 그러나 질문하신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알기에 선생님과 아이가 원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 다시 적어보았다. '가족에게 향기로울 만큼 아름다운 말로 사랑을 표현해 줄 때'




3월 아침 지각이라는 것을 모르는 초등학생 첫째 아이는 동생이 미적대는 타이밍을 틈타 재빠르게 인사를 마치고 학교로 향했다. 이후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 아이를 데려다 주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학교와 유치원 등 어디론가 발길을 향하는 인파 사이에 있는 모양새가 시원한 아침공기와 더불어 사람 사는 것만 같고 좋았다. 도착지를 기점으로 중간즈음 왔을 때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OO이 38kg래~' 그 문장 속에 들어있는 이름은 우리 집 첫째 아이가 분명했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은 집에도 오가며 친구 집에서 몸무게도 재보았다고 해맑게 말해주었던 아이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 시원한 아침공기가 덥게 느껴지며 아이가 먼저 등교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나도 모르는 아이의 몸무게를 어찌 그렇게 공공연하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짧게 스치며 내 아이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고 분리하는 것부터 먼저 하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누가 내 몸무게를 공개적으로 떠들어대도 괜찮지 않을 수 있지만, 내 아이는 괜찮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러니까 아이들의 수다는 이런 류의 말이었다. 평균보다 키가 작은 사람의 정확한 수치를 주변인에게 말하고 다니는 것,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의 성적을 같은 반 아이에게 모두 알리는 것, 한부모가정 아이의 개인사를 타인에게 말하는 것. 물론 이런 것들이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잠깐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지만 금방 회복되는 탄력성 높은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선정한 첫 번째 키워드처럼 평균은 실종될 것이다. 각자 자신을 기준점으로 삼고 그 범주 밖의 소수의 사람들을 심심풀이 땅콩처럼 입에 올리는 것은 의미 없는 행위일 뿐이다.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저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꿈꾸고 떠올리는 생각들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낼지는 모르는 것이다. <평균의 종말>을 쓴 토드 로즈 박사는 사람들을 정규분포상의 한 점으로 평가하는 '평균주의'의 시대는 지났으며 이제 '개개인성'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존재의 차원에서 이미 하루하루 충실히 살고 있는 우리 집 어린이는 있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 어떤 말을 입에 올리든 다른 가정의 어린이도 잘못은 없다. 내가 매일 열심히 읽고 걷는 이유는 스스로가 앞으로 다가올 어려움들을 미리 예견해서 걱정하지 않기 위함이다.


중간에 빠진 10권은 학교에 챙겨감


먹는 것 좋아하는 아이가 요즘 보는 책은 <오무라이스잼잼> 시리즈다. 조경규 작가님이 쓰고 그리신 경이로운 일상음식 이야기를 보는 낙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보려고 1권을 샀다가 나머지 12권은 모두 아이의 요청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오늘 저녁 식사를 하기도 전에 내일 아침 메뉴를 궁금해할 정도로 먹는 것에 진심인 어린이다. 아, 오해는 마시라. 어린이는 저녁식사까지 오후 6시에 마치고, 방송댄스와 자전거 타기 등 매일 최소 한 시간 이상의 신체활동을 하고 있다.

저녁메뉴가 무엇인지 물어올 아이의 얼굴이 벌써 상상된다. 함께하는 저녁식사는 분명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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