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말할 수 있는 존재다.
팬데믹이 지속된 삶을 살아온 어느 날, 거리두기 해제소식에 마음은 이미 어느 푸르른 곳으로 가있었다.
금요일 연차를 사용한 배우자와 월말이라 일정이 여유 있는 아이를 데리고 하교 후 강릉으로 출발했다.
3시간의 드라이브 끝에 도착한 경포해변 앞 숙소에 짐을 풀고, 강릉의 명물 순두부로 허기도 달랬다.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기 아쉬운 우리는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기어이 밤바다로 걸음을 옮겼다.
산책로를 지나 모래해변이 펼쳐졌고 어두운 밤바다를 맞이한 순간 어느새 벗겨져 있는 아이의 신발을 주웠고, 추위로 꽁꽁 싸맨 배우자는 안전요원 태세로 돌입했다.
각자의 방법대로 우리는 밤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그랬다.
그랬었다.
그때까진 좋았다.
아이는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임을 알기에 해변을 벗어나서 산책로 데크로 걸음을 옮겼고, 그때부터 발바닥의 아픔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배우자가 생각한 아이의 아픔을 해결할 방법은 숙소로 돌아가서 씻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숙소 입구 해변 이용객을 위한 발 씻는 용도의 수도가 설치되어 있어서 대충이라도 헹구었고, 가족 모두 숙소까지는 고통의 소리 없이 이동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 테지만 얼마가지 못했다.
아이는 젖은 모래가 발바닥과 한 몸인 채 붙어버려 눈물을 흘리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본. 격. 적. 으. 로.
짜증 난다. 짜증 난다. 짜증 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추억을 남기려 떠나온 여행이 고통의 기억이 되면 어쩌나 싶어 본질을 찾기 위해 질문을 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조차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짜증 난다는 표현을 많이 하곤 해.
그리고 더 불편하게 되면 왕짜증.
더욱더 불편하게 되면 '개'를 붙여서 개짜증이라고도 하더라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예를 들면 불편하거나 고통스러운 것을 말이라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해서 그렇게밖에 나올 수가 없다고 해."
"혹시 지금 걷는 게 무척 불편해 보이는데 발이 아파서 그런 거니?"
"응. 걸을 때 너무 아파요."
"발이라면 발바닥일까? 발가락일까?"
"전부요"
"아까 물로 발을 헹궜는데도 여전히 아픈 거니?"
"응"
"그랬구나. 전혀 몰랐어. 엄마랑 아빠는 물로 씻어냈으니 괜찮은 줄 알고 신발 신고 오라고 했던 거야.
그럴 땐 다음부터는 짜증 난다는 표현 대신에 물로 씻었는데도 발에 모래가 많아서 아프고 걷기가 어렵다고 말해주면 돼."
"생각한 대로. 있는 그대로 말해줘야 해. 그래야 도움을 줄 수 있어."
라고 마지막 말을 한 뒤, 아이의 마음을 달래려 그 자리부터 업고 객실로 돌아왔다.
개인정보라 아이의 몸무게는 밝힐 수 없지만 앞자리가 3인 아이를 업고 돌아오며 체력이 육아의 전부라는 것을 또 한 번 느꼈고,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아이의 마음도 좀 누그러진 것이 느껴졌다.
멀리서 보면 매일이 시트콤인 가족의 하루였다.
취학시기가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아이는 같은 반 아이들 혹은 선생님과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고,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목적이 제일 크다고 느꼈다.
초등시기에 기초 학습 부분도 매우 중요하지만, 각종 상황과 갈등에 따른 감정 해결 능력을 중/고등이 아닌 초등시기에 많이 부딪히고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등 1학년 수업에서는 관련 주제로 다양한 감정을 알아보기 위해 수업이 진행되었다.
등교할 때의 마음은 어땠는지 발표수업부터 다양한 얼굴 표정을 떠올리며 그려보는 수업도 있었다.
감정표현은 어른이 되어도 그대로인 경우가 많았기에 이런 수업 자체가 무척 반가웠다.
기쁘고 좋은 순간들은 '좋아'에서 시작해서 '대박'으로 끝난다.
슬프고 속상한 순간들은 '짜증'에서 시작해서 '개짜증'으로 끝난다.
다양한 상황에 따른 본질과 그에 따른 감정표현을 알고 있다면 아이들이 짜증 대신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가까운 어른인 부모부터 주변 사람들은 훨씬 빠르게 알아차리고, 같이 기뻐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부터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