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3월, 아이의 초등학교에서는 각종 가정통신문이 쏟아져내리는 듯했다.
그중에 기억나는 것은 학부모회와 도서 봉사위원을 모집한다는 서류였다.
어린 시절 흔히 등교 때마다 횡단보도에 안전을 위해 봉사를 나와주시는 녹색어머니회는 모집하지 않았다.
지역 내에서 시니어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들에게 일정 비용을 지급하며 그 업무를 일임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뿐이다.
해당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흔히 '초품아'라고 불리는 공동주택이 차도 없이 공원과 학교로 연결되어 있어 오히려 모집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후 우연히 같은 지역의 타학교에서는 녹색어머니회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1년에 정해진 회수만큼 무조건 해당일자에 봉사를 나가야 하는데, 맞벌이 혹은 다른 이유로 어려운 가정에서는 시니어클럽이나 개인이 다른 경로로 인력을 고용하여 그 일정을 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같은 지역이라도 학교마다 이렇게 사정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교육부와 지침이 내려와도 결국에는 학교 재량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 느껴졌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녹색어머니회를 모집 혹은 강제로 일정을 부여하여 부모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
시에서 시니어클럽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일부는 기존의 형식을 그대로 시행 중인 학교.
맞벌이나 어린 자녀들을 양육 중인 가정에서는 아침 시간의 작은 여유도 어려울 경우가 있을 텐데, 또 다른 시간적/경제적 지출을 만들어내는 일.
급변하는 시대 속에 학교라는 공교육 기관에서 새로운 제도를 반영하는 것이 늦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같은 지역이라도 편차가 느껴지는 요즘이다.
아이들의 등하교 안전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의 안위와 행복 추구권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이를 위해 지금처럼 어느 가정이나 같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운 점 중 이러한 제도 개선이 현실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다는 점도 한몫할 것이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출산지원금과 부모수당 등 경제적으로 나라에서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영유아 시기를 지나 아이가 자랄수록 방과 후 사교육과 돌봄에도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제도 개선이 되지 않아 소중한 시간을 내야만 하는 부모들에게는 지속되는 저출산이 더욱 당연하게끔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