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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May 06. 2024

나는 아이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대학병원 초진 예약은 아이 담임선생님의 권유, 초진후 몇 가지 검사 처방과 함께 조음치료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진료과 교수님의 권유였다. 곧장 사설 언어치료 센터에 초기상담 예약을 잡았고, 이후 기간을 알 수 없는 아이의 치료는 시작되었다. 사실 여기까지만 했어도 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밟아온 과정에 있어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꾸물대지 않는 성격 탓에 10분 이상 고민하지 않았고, 슬픈 감정이 올라올 때에도 눈물을 흘리면서 내 손과 발은 움직였다. 아이의 치료가 시작되었는데도 온, 오프라인으로 정보를 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누구라도 아이와 저를 좀 도와주세요!'라는 심정이었다. 아이가 이런 상태에서는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매뉴얼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유치원, 병원 등 이곳저곳에서 아이의 생애부터 양육환경을 여러 번 구술하는 과정 중에 마음의 기운이 하나도 남지 않은 것만 같았다.


육아 10년 차, 이제 내년이면 취학을 앞두고 있는 막둥이라 스스로가 몸과 마음을 다하는 육아는 끝났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지금까지 애써왔겠지만 조금 더 애써보라는 의미심장한 피드백을 받곤 했다. 팔과 다리가 부러진 건 보여도 마음이 부러진 건 보이지 않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아이 발달센터에서 처음 알게 된 바우처는 정부에서 비용을 지원해 주는 개념이라 바로 주민센터로 달려가 문의해 보았지만 올해 모든 예산이 소진되었기에 내년 초에 다시 찾아오라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 또 하나, 교육청에서 특수교육대상자에서 소득상관없이 지원해 주는 꿈이든 바우처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하지만 아이는 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니기에 마음을 접으려 해도 그것 말고는 다른 도움의 손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온라인에서 어떤 글 하나가 마음을 움직였다. 비장애인이어도 특수교육대상자로 신청이 가능하고, 특수학급에 있었던 모든 시간이 치료시간과 같았다고 증언해 주시는 어느 어머님의 댓글이었다.


다음날 아침, 지역 내 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의 담당자와 통화 후 신규로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위한 서류를 안내받았다. 모든 서류는 다운로드 후 프린트하여 자필로 작성한 다음 현재 유치원에서 공문을 통하여 접수를 해야 하는 절차이기에 담임선생님께 현 상황을 말씀드리고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분명 마음을 먹고 서류를 작성하는 데에도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진단평가의뢰서에는 장애판정을 받지 않았음에도 현재 의심되는 장애유형을 기재해야 했고, 의뢰 사유를 작성하면서는 아무도 이런 것까지 해보라고 말해주지는 않았는데 신청하는 게 과연 맞을지 의구심이 계속해서 들었다.


유치원에 자필로 기재한 서류를 전달하고 사흘 후 교육지원청으로부터 공문이 접수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일주일 후 아이와 진단평가를 받으러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어느새 일주일이 흘렀고, 아이와 함께 진단평가 검사를 시행하러 센터 내 상담실이라는 공간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파견된 검사자분은 의사소통 장애유형으로 접수가 되어 의사소통 검사와 지능검사를 시행한다고 알려주셨다. 사회성검사는 보호자가 직접 체크를 하였고, 나머지 검사는 아이가 검사자분과 주어진 시간 내에 여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다.


검사 이후 선정이 되어 아이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해주신 검사자분은 생각보다 심의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며 현재 검사 점수로 보았을 때 선정이 더 높은 장애유형으로 바꾸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해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만약 이번에 탈락하면 두 번 더 심의를 넣어볼 수 있다고 팁을 주셨다.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이 된다면?

아이가 특수교육을 받아야 할 정도로 맞춤형 교육이 시급한 상태이기에 선정이 되었을 것이다. 마음이 아프겠지만 소득제한 없는 교육청 바우처 덕분에 아이에게 적절한 교육을 더욱 제공해 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클 것이다.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이 안된다면?

어떤 도움이라도 받고 싶어 실오라기를 붙잡는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이것마저 해당이 안 된다면 아이에게 인생 최대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 가계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특수교육이 아닌 일반 학급에서도 충분히 경험을 쌓으면서 치료를 병행하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기에 이 또한 감사할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검사 후 2주 뒤 심의를 하게 되고, 또 2주 뒤 결과를 통보해 주겠다고 안내받았다. 여전히 아이를 여기까지 데리고 오는 것이 맞는지 물음표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어디에 희망을 걸어야 할까. 앞으로도 병원이든 교육청이든 결과에 상관없이 뒤돌아보지 않고 방향을 잘 찾아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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