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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May 27. 2024

우리 여기에서 계속 살아요!

우리 가족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보유하고 있는 수원시에 거주하고 있다. 첫 아이가 태어나고 세 번의 이사를 거쳐 지금의 집이 네 번째 집이 되었다. 집 앞 놀이터가 가장 중요했던 아기가 이제는 주변 환경이 변화됨을 감지하고 이전과 달리 현재 삶의 만족도를 서로 주고받을 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에 놀란 적이 있었다.


훌쩍 성장한 아이지만 여전히 어린이의 신분이기에 집 근처 놀이터가 몇 군데나 있는지는 가장 중요해 보였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가족 모두가 주말에 어디 갈지 고민하는 횟수의 정도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우리는 자전거만 타면 외국인이 제법 북적한 화성 성곽 전체를 한 바퀴 돌 수 있고, 사계절 다른 모습을 보는 것은 보너스였다.



세계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지역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박물관 형태를 띠는 모든 곳은 육아 중인 어미새에게 비가 오는 날 제2의 키즈카페 같은 아늑한 실내공간을 제공하기에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 어린이박물관, 수원화성박물관, 국립농업박물관 같이 기본에 충실한 곳도 있고, 해우소와 같이 이색적인 박물관도 애정한다.


게다가 작년까지만 해도 가정보육 타이틀을 달고 살았기에 근교에 체험학습을 할만한 곳을 알아두는 것도 할 일 중의 하나였다. 덕분에 어느 해는 시에서 운영하는 텃밭을 작게나마 배정받아 일 년 동안 아이들과 가꾸어보기도 하고, 매년 과수공원에서 선착순으로 이루어지는 수확체험도 여전히 놓치지 않고 있다.


어느 책에서 알파세대 어린이들은 친구들과 다이소에서 쇼핑하고, 마라탕을 먹으며 후식으로 공차에서 버블티를 마신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어미와는 시작부터 다른 문화와 시대에 살고 있는 동거인 초등 어린이도 다이소, 무인문구점, 카페 등 도보권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주변에 거의 모든 학원이 있기에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거리라는 장벽이 없어 망설임 없이 문을 두드린다.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원도 여럿 있으며 키즈카페, 서점, 대형마트 등 생활의 편의성이 높아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모든 것을 이용하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만 했기에 아이와 어미는 모든 면에서 감사가 넘쳐흘렀다.


몇 개월 전에는 도보권 거리에 문화생활을 즐길만한 복합 쇼핑몰이 등장하여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참새방앗간이 되어주고 있다. 평일 어느 저녁 이른 식사를 마치고 산책 겸 아이들과 쇼핑몰로 걸어가는 도중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가 진심이 담긴 귀여운 말을 해주었다.


"쇼핑몰이 이렇게 가까웠던 집은 처음이에요."

"엄마도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인 것 같네."

"우리 여기에서 계속 살아요!"


30대 후반을 달려가고 있는 우리 부부만이 가지고 있던 생각인 줄로만 알았다. 심야영화를 보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가능한 생활반경에 아이들은 익숙해서 놀랍거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할 줄 알았었다. 다른 환경 즉, 다른 지역과 나라까지 늘 궁금했던 내 어린 시절에는 한 번도 가져보지 않은 감정이었다.




힘든 현실에 밀려 여행은 늘 뒷전이었고, 성인이 되어 해외여행을 계획하려 해도 치안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늘 어중간하게 반대를 하셨던 부모님이 계셨다. 그럼에도 나만의 욕구가 더 컸던 20대는 아르바이트로 열심히 돈을 모아 원하는 것을 하나씩 경험하곤 했다.


그 연장선으로 결혼하면서 허허벌판에 세워진 아파트를 계약했고, 결혼 10년 차에는 지금의 보금자리에 자리 잡게 되었다. 어느새 보호자가 된 어미는 초등학생처럼 초품아와 이른 아침에도 실내화를 살 수 있는 무인문구점이 있어 기쁘지만 무엇보다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을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아플 때 아이가 잠든 밤이면 이제 참지 않고 집에서 걸어 나와 병원을 갈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 고등학생까지 학업을 지속하고 싶다는 아이로부터 이미 우리 주변의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즐기고 찬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육아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샅샅이 지역을 살펴보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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