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닝 크루거 효과' 극복하기
"저희 팀장님은 항상 확신에 차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너무 힘들어요."
팀원 E의 하소연입니다. 그의 상사는 모든 회의에서 자신감이 넘칩니다.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고, 결정을 주저하지 않죠. 문제는 그 결정이 자주 틀린다는 겁니다. 근거로 언급하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기 일쑤고, 타 부서와의 협업에서 무리한 일정을 제시해서 이후 부서원들이 고생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문제는 팀장 본인은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겁니다.
"저희팀은 정말 분위기 좋습니다. 팀원들에게 최대한 위임을 하려 하고 있고, 팀원들도 알아서 잘 따라오는 편이예요"
저와 코칭으로 만난 한 팀장님의 이야기인데요, 실제로 그 팀장님의 부하 직원 평가는 사실과 매우 달랐습니다. 360도 피드백 리포트에서는 '신뢰'와 '권한 위임'에서 구성원들이 평균보다 많이 밑도는 점수를 보여주고 있었음에도, 본인은 리포트가 보여주는 팩트를 매우 낙관적으로 해석하면서 스스로의 리더십에 대해 자신감을 보여주셨어요.
혹시 주변에 이런 분 계신가요? 실력은 부족한데, 자신감만 넘치는 사람. 차라리 소심하지만 겸손하다면 팀원들이 어떻게든 도와서 결과를 만들어 낼텐데, 이런 상사는 팀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전력질주 하게 만듭니다. 그러고도 '이 산이 아니구나!'라며, 팀원들을 당황시키는 상사...
그래서 팀원들은 '자신감 없는 리더'보다 자신감 '만' 있는 리더를 더 피하고 싶은 상사로 뽑습니다.
팀원들의 피드백을 수용하지 않다 보니, 팀원들은 침묵하게 되고, 낙관 편향으로 인해 리스크를 감지 하지 못하다 보니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됩니다. 결국 고성과 인재들은 이러한 팀장의 리더십을 참지 못하고 이탈하게 되고, 조직에는 Yes-man만 남게 되죠.
이렇듯, 자신의 능력과 상황에 대해 착각하는 리더들에게 흔히 붙이는 표현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심리학에서는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부릅니다.
1999년 코넬 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ger)가 '능력이 낮을 수록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높을 수록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패턴이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밝혀낸 것이죠.
더닝-크루거 효과의 핵심은 이겁니다. 무언가를 정말 모르면, 자신이 뭘 모르는지조차 모릅니다.
초보 골프 선수는 "골프 쉽네"라고 말합니다. 프로 골프 선수는 "골프는 평생 배워도 어렵다"고 말하죠.
왜? 초보는 골프의 복잡성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조직에서도 똑같습니다.
- 입사 1년 차: "이 시스템 별로네, 내가 하면 더 잘할 것 같은데?"
- 입사 10년 차: "이 시스템이 이렇게 복잡한 이유가 다 있구나..."
더닝과 크루거의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은, 무능한 사람들이 자신의 무능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들이 무능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평가하려면, 그 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최소한의 지식조차 없으면?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아는 것이 쥐꼬리만큼 있을 때, 자신감은 에베레스트만큼 치솟게 됩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생각에 대한 생각', 즉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아는 능력입니다.
진짜 전문가와 가짜 전문가를 구분하는 가장 명확한 기준이 바로 이겁니다.
- 진짜 전문가: "이 부분은 제가 잘 알지만, 저 부분은 제 전문 영역이 아니에요"
- 가짜 전문가: "다 알아요. 뭐든 물어보세요"
E씨의 팀장 역시 메타인지가 부족한 케이스였습니다.
신규 시장 진입 전략을 세울 때, 그 시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지만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죠. 팀원들이 우려를 제기해도 "내가 봤을 때는 문제없어"라며 밀어붙였습니다.
6개월 후 프로젝트가 실패했지요. 하지만 팀장은 "시장 환경이 안 좋았어"라며 외부 요인 탓을 했습니다.
물론, 모든 리스크를 계산해서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불안한 리더 보다 차라리 근자감 있는 리더가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지요. 때문에 내가 아직 우매함의 봉우리에 있는 리더는 아닌지, 나의 자신감에 대한 메타인지를 키우고, 절망의 계곡을 거쳐 깨달음의 비탈길로 내려올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 회의 시작 시: "이 분야는 제가 처음이라 여러분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 질문 받을 때: "좋은 질문이네요. 제가 즉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OO님께 확인 후 답변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한 마디가 오히려 팀원들의 신뢰를 만들어줍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태도는 팀원들을 침묵시키지요. 하지만, 팀원들도 팀장이 모든 것을 알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모르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오픈할 때 팀 내 연결이 일어나고 신뢰를 바탕으로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 팀원들에게 비판적 의견을 구해보세요.
"프로젝트 킥오프 때: '우리가 6개월 후 복기 회의를 하는데, 실패했다면 가장 큰 원인 3가지는 뭘까요? 포스트잇에 익명으로 써주세요'"
아마도 듣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거기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제 아이디어 어때요?"와 같은 동의를 구하는 질문은 리더의 낙관 편향을 강화하지만, 실패를 가정하고 다른 관점을 구하는 질문은 숨겨진 리스크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이죠.
배움의 태도를 가진 리더들은 팀원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의지합니다.
'내가 놓친게 뭘까?'라고 끊임없이 되묻는 습관이 있지요.
조직 내에서 늘 일어나는 작은 실패 상황에서도 계속 학습을 하게 됩니다.
'나는 모든 것을 안다'고 믿는 리더는 성장을 멈춥니다.
하지만, 지적 겸손함은 신뢰와 연결, 그리고 진짜 실력으로 이어지겠지요.
'저도 이 분야는 배우고 있습니다. 같이 답을 찾아봅시다'라고 선언하세요.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야 말고, 진짜 자신감이니까요.
오늘은 자신감을 키우는 방법이 아니라, '가짜 자신감을 진짜 자신감으로 바꾸는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저 역시, 늘 우매함과 절망, 깨달음의 산등성이를 오락가락 합니다.
처음 강의와 코칭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3-4년 전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아요. 이후, 첫 포스팅에서 얘기드린 것처럼 한 동안 가면증후군과 소심함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겪었었죠. 아마도 그 때가 저의 Death Valley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저의 자신감 부족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름 모를 독자들과 나누는 이 시간이 '깨달음의 비탈길'을 오르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너무 빨리 봉우리에 오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천천히, 어렵게 제가 아는 만큼의 자신감을 키워가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은 현재 자신감의 산, 어디 쯤에 서 계신가요?
당신의 메타인지는 얼마나 작동하고 있을까요?
여러분에게 쓴소리를 해 줄 '레드팀'은 있나요?
여러분은 팀원들에게 확증편향을 요구하는 사람인가요, 함께 배우는 사람인가요?
이번 주, 회의에서 딱 한 번만 '저도 이 부분은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해보세요.
그 한 마디가 팀에게는 신뢰를, 리더인 여러분에게는 진짜 자신감을 만들기 시작할 겁니다
다음편에는 '리더의 페르소나와 리허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직 자신감 봉우리가 멀리 느껴지는데, 벌써 6편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글이 도움되셨다면 좋아요와 댓글 남겨주세요! 반응은 제가 Death Valley를 지나 남은 여정을 올라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이런 말 하는 것도 자신감이 필요한데요, 처음 해 보아요 :) 자신감이 어느 정도 올라왔다는 증거일까요? � 여러분의 자신감도 그만큼 성장하셨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