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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못 하는 어린아이와 해외여행, 의미가 있을까?

‘기억’보다 더 오래 남는 것에 대하여

by 우리아이마음

“이렇게 어려서 기억도 못할 텐데,

굳이 해외여행까지 데리고 가야 하나요?”


아이와의 첫 해외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한 번쯤은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심지어 부모 스스로도 고민하게 되죠.


정말 아이는 아무것도 기억 못 할까?

그렇다면 이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아이와의 여행은

'기억에 남는 여행'이 아니라, '몸에 남는 여행'입니다.

아이는 아직 기억을 정리해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세상의 소리, 냄새, 표정, 온도와 같은 감각의 층위로 세상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아이의 정서적 기반을 형성하는 토양이 됩니다.


1. 감각으로 흡수하는 세상

어린아이는 세상을 눈과 귀, 손과 발로 만납니다.

햇볕이 따사로운 거리,

낯선 언어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

비행기에서 본 구름의 모양,

엄마 품에서 먹는 낯선 나라의 과일 맛.


이 모든 것들은 ‘기억’이 아닌 경험의 흔적으로 몸에 새겨집니다.

그 흔적은 아이의 감각을 풍요롭게 만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조금씩 넓혀줍니다.


2. 아이보다, 부모에게 남는 기억

여행은 부모에게도 육아의 한 장면이 됩니다.

늘 같은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에서 아이를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순간들.


첫 해외여행에서 웃던 아이의 얼굴,

힘들어 짜증 냈지만 결국 잠든 아이의 무게,

호텔 침대에서 함께 누운 조용한 시간…

이런 장면들이 부모의 마음속에 남는 따뜻한 필름이 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육아를 이어갈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어 줍니다.


3. 관계의 온도를 높이는 시간

일상에서는 밥 먹이기, 씻기기, 재우기 등

‘해야 할 일’로 하루가 가득 차 있지만,

여행 중에는 오히려 함께 있기 위한 시간이 많아집니다.


같이 걸으며, 같이 보고, 같이 놀며,

부모와 아이 사이의 정서적 밀도가 깊어집니다.


그 시간은 아이가 “나는 사랑받는 아이야”라고

느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회입니다.


4. 기억은 사진보다 마음으로 전달됩니다

아이에게 “넌 이 나라에 갔었어”,

“이렇게 너를 데리고 다녔단다”라고

나중에 보여줄 수 있는 사진과 이야기들.

아이에게는 비록 직접적인 기억은 없더라도,

부모가 나를 데리고 여행을 떠났고,

그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말은

사랑받았다는 흔적이자 정체성의 일부가 됩니다.


5. 의미는 ‘기억’보다 ‘경험’에 있습니다

여행의 의미는 꼭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야 생기는 게 아닙니다.

아이의 정서, 감각, 관계, 성장에 남기는 작은 파장들

그것들이 곧 이 여행의 선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아이가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 시간 동안 사랑받았고, 품 안에 있었고, 함께 웃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기억을 위한 여행도 좋지만,

온기를 남기는 여행은 더 오래갑니다.

아이와 떠나는 여행은

그 순간이 얼마나 특별했고,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따뜻했는지를

서로의 마음과 몸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여행은 이미 아이의 ‘안정감’,

그리고 부모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남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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