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아닌 연결로 키워내는 사이
“엄마, 얘는 왜 자꾸 나 따라 해?”
“아빠, 동생이 내 거 망가뜨렸어!”
“언니는 왜 맨날 나만 혼내요?”
하루에도 몇 번씩 터지는 다툼 속에서,
부모는 때로 형제 관계라는 이름 아래
‘사랑도 갈등도’ 함께 자라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형제는 처음부터 좋은 사이도,
서로 이해하는 사이도 아닙니다.
‘서로 다름’을 배워가며,
천천히 연결을 배워가는 사이입니다.
“형은 그렇게 안 했어.”
“네 동생은 얌전한데 너는 왜 그래?”
이런 비교는 아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 말이 됩니다.
부모가 비교하면, 아이는 경쟁하게 되고
경쟁은 곧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너희 둘이 참 다르구나.
형은 조용히 하는 걸 좋아하고,
너는 움직이는 걸 좋아하네.”
차이를 인정하는 말은
아이들을 분리시키지 않고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연습을 하게 해 줍니다.
동생이 태어나면, 첫째는
세상에 없던 감정을 처음 마주합니다.
“나는 이제 덜 사랑받는 걸까?”
“엄마는 동생만 좋아하나 봐…”
이때 부모는 ‘따로의 시간’을 꼭 만들어야 합니다.
작은 산책이라도 좋고,
마트에서 둘이 과자 고르는 시간이라도 좋습니다.
“지금 이 시간은 너만을 위한 거야”
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
그 시간이 쌓일수록
아이 마음의 안정감도 함께 자라납니다.
자신이 소중하다는 감각은
형제 관계를 지켜주는 뿌리가 됩니다.
형제를 때렸을 때, 물건을 던졌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책망이 아니라
감정의 이름을 찾아주는 일입니다.
“동생이 네 장난감을 가져가서 화났구나.”
“언니가 너 안 끼워줘서 속상했지?”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감정을 말로 다 표현할 줄 모르기에,
행동으로만 표현하기도 합니다.
부모는 그 언어를 찾아주는 통역사처럼
아이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 주어야 합니다.
감정을 언어로 풀어내는 연습이 늘어날수록,
형제 간 다툼의 방식도
손이 아닌 말로 풀어가는 방향으로 바뀌어 갑니다.
형제는 어차피 다툽니다.
그건 성장의 일부이고,
사람 사이에서 자기 감정을 조절하고 표현하는 훈련의 장입니다.
다만, 다툰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그 상황에서 너는 어떻게 느꼈어?”
“동생도 이런 마음이었대.”
각자의 감정을 나누고,
때론 양보도, 사과도 해보는 과정은
아이가 평생 갖게 될 인간관계의 기반이 됩니다.
“동생이 힘들어할 때 네가 도와줘서
동생이 정말 고마워했을 거야.”
“형이 오늘 네 책 찾아준 거 기억나?”
“형이 없었으면 오늘 많이 울었을지도 몰라.”
이렇게 긍정적인 연결의 순간을 짚어주는 일은
형제 사이의 관계를 ‘갈등’이 아닌
‘함께하는 관계’로 인식하게 해 줍니다.
아이들은 그런 말을 들으며
서로가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배워갑니다.
형제는 처음부터 좋은 친구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갈등하고, 질투하고, 때로는 미워하면서
서로를 통해 감정, 관계, 그리고 인생을 배웁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의 싸움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입니다.
형제가 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그 축복이 부담이 되지 않도록,
부모는 그들 사이를 서둘러 가르치기보다,
차분히 동행해주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형제 관계는 교육이 아니라
삶 속에서 배우는 인연의 예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