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느린 아이, 기다려도 괜찮을까?

한 마디가 불안한 부모를 위로할 수 있을까

by 우리아이마음

우리 아이는 두 살이 넘었지만 아직 단어가 별로 없어요.
세 살이 되어도 문장보다는 몸짓과 눈빛으로 말합니다.
주변에서는 “요즘 애들은 다 빠르던데?” “언어치료 받아야 하는 거 아냐?” 같은 말을 슬쩍 던집니다.

엄마는 웃으며 넘기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검색창에 몰래 검색해 봅니다.
“두돌, 말이 늦는 아이 정상인가요”
“세 살, 단어 수 적은 아이 발달 지연?”
그리고 밤이 깊도록 마음은 무겁습니다.


아이는 왜 늦게 말할까?

언어는 모든 발달 중에서 ‘기다림’이 가장 많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걷기나 기기와 달리, 말은 생각과 감정을 소리로 바꾸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니까요.

어떤 아이는 눈에 띄게 빠르게 말하기 시작하고,
어떤 아이는 3살이 넘어서야 입을 엽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크게 문제 없이 ‘자기만의 타이밍’으로 말하기 시작합니다.
이걸 우리는 '정상 범위 내 발달 지연'이라고 말합니다.

늦게 말을 시작한 아이들이 한 번 말문이 트이면
오히려 급속도로 어휘를 흡수하고,
말의 구조도 빠르게 익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느리다’는 불안보다, ‘반응’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예 소통을 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소리 대신, 눈으로 말하고, 손으로 표현하고, 표정으로 감정을 건넵니다.


이런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이해하고, 반응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지금은 그저 '내면의 언어 저장 창고'를 채우는 시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소리는 나지 않아도, 아이는 이미 듣고, 해석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안하다면, 이렇게 확인해보세요

혹시 우리 아이도 너무 느린 건 아닐까?
불안할 때는 다음 항목을 체크해 보세요.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을 이해하고 행동한다

사물이나 상황에 관심이 많고, 눈맞춤이 잘 된다

소리 자극(이름 부르기, 문 열리는 소리 등)에 반응한다

손짓, 고개 끄덕임 등 비언어적 표현이 풍부하다

부모의 감정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 중 3가지 이상이 해당된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해력 자체가 낮고, 반응이 부족하거나, 표현이 거의 없다면
전문가의 언어평가를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말은 강요한다고 늘지 않습니다

부모는 마음이 급해질수록 아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말 좀 해 봐”, “이건 뭐야?”, “엄마 따라 해 봐”
하지만 언어는 압박이 아니라 신뢰 속에서 열린다는 사실,
부모도 때로 잊게 됩니다.

아이가 말하고 싶어지는 순간은,
누군가가 내 마음을 정말 ‘알아들어 줄 것 같을 때’입니다.
그 순간에야 비로소
아이는 입술을 열고, 세상에 자기 말을 건넵니다.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닙니다

‘기다리세요’라는 말은 오해받기 쉽습니다.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아이가 말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입니다.

하루 한 번씩 책을 읽어주세요

아이가 표현하려는 손짓을 말로 대신해 주세요

“엄마는 지금 설거지하고 있어”처럼 상황을 자주 설명해 주세요

아이가 낸 작은 소리에 반응해 주세요


이 모든 것이 말이 트이기 위한 가장 훌륭한 준비입니다.
말이 늦는 건, 문제가 아니라
그저 속도의 차이일 뿐이라는 사실.
부모가 먼저 안심해야, 아이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집니다.


부모의 시선이 아이를 키웁니다

말이 느린 아이들은 부모의 표정을 가장 먼저 읽습니다.
'엄마는 내가 말을 못 해서 속상한가?'
그 질문이 마음에 자리잡으면,
아이 스스로도 입을 닫아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주세요.
“지금도 너는 엄마한테 충분히 이야기해 주고 있어.”
“말은 나중에 해도 괜찮아. 엄마는 네가 어떤 생각 하는지 알 것 같아.”

이 따뜻한 말은 아이에게 ‘말보다 더 큰 신뢰’를 건네는 대화입니다.
그 신뢰 위에 아이의 말은 서서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랍니다.


기다림의 끝은, 결국 말이라는 선물입니다

정말이지, 말은 옵니다.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어느 날 툭 하고 아이가 말합니다.

“엄마, 이거 예뻐.”
“아빠는 회사 가.”
“같이 놀자.”

그 순간, 우리는 깨닫습니다.
‘기다려서 다행이었구나.’
그 기다림이 아이의 속도에 맞춰준 가장 큰 사랑이었다는 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린이집 적응기간, 부모가 할 수 있는 진짜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