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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꼭 나쁜 건 아니에요

“떨어져 있어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마음도 있어요.”

by 우리아이마음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낸 날.

집 안에 조용히 흐르던 그 낯선 정적을 기억합니다.

장난감 소리도, 울음도, 뒤엉킨 웃음도 없는 거실.

텅 빈 그 공간에 앉아 있노라면,

괜히 뭉클하고,

‘지금쯤 울고 있지는 않을까’

‘엄마 찾고 있으면 어쩌지’

그런 상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게 됩니다.

그런데요.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그건 때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첫 연습’일지도 모릅니다.


엄마와 떨어지는 순간, 아이는 혼자라는 세상을 배워요

처음 겪는 분리.

엄마라는 ‘세상 전체’와 잠시 떨어져 보는 경험.

그건 단지 육체적 거리만이 아니라

‘나 혼자서도 괜찮을 수 있다’는 자아의 첫 발걸음입니다.


아이는 그런 시간을 통해,

처음에는 불안하고 서툴지만

점점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혼자 놀아보기도 하고,

낯선 친구에게 다가가 보기도 하고,

울고 웃으며 스스로 감정을 정리해보는 법도 배우죠.


엄마에게도 ‘회복의 공간’은 필요해요

아이와 떨어지는 시간은

단지 ‘아이를 맡기는 시간’이 아니라

엄마가 스스로를 회복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아이의 리듬에 맞추느라

내 감정, 내 호흡, 내 생각조차 밀려났던 날들.

그 속에서 잠깐이라도 멈추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지금 나는 어떤 감정에 머물러 있는가’를 돌아볼 수 있다면,

그건 단순한 여유를 넘어서

아이에게 더 안정적인 사랑을 줄 수 있는 준비가 됩니다.


아이는 ‘부재’를 통해 ‘존재의 깊이’를 배웁니다

우리가 늘 함께 있을 때보다,

잠시 떨어졌다 다시 만났을 때

서로에 대한 마음이 더 깊어지는 경험,

모두 해본 적 있으시죠?


아이도 마찬가지예요.

엄마와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순간,

“엄마!” 하고 달려와 안기는 그 시간에

아이의 애착은 더 깊고 단단해집니다.

그건 무언가를 잃고 난 뒤의 공허함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는 과정이에요.


죄책감 대신 ‘신뢰’를 가져도 좋아요

떨어져 있는 동안

불안하고 죄책감이 밀려올 수 있어요.


하지만 그 감정이 지나치게 커지면,

아이에게도 ‘떨어지는 건 나쁜 일’이라는 신호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말해보세요.

“엄마는 너를 믿어.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고,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

이런 마음의 메시지는

떨어진 거리 위에서도

아이가 느끼는 정서적 연결을 놓치지 않게 도와줍니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불안해지고,

놓치고 싶지 않아서 가까이 머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조용한 시간이 필요하고

엄마에게도,

다시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위한 회복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결코 ‘사랑의 부재’가 아니라

더 나은 사랑을 위한 준비일 수 있다는 것.

그걸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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