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주장을 존중하기
아침에 양말을 신기려 하자
“싫어! 그거 말고 고양이 무늬!”
식사시간에 숟가락을 들려주자
“아니! 젓가락으로 먹을 거야!”
놀이터에서 돌아가자 하면
“더 놀 거야, 싫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습니다.
고작 두세 살 아이가
이렇게나 강하게 '싫다'는 의사를 표현하다니요.
말끝마다 튀어나오는 ‘싫어!’
그게 처음에는 반항처럼 들렸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말은, 아이가 처음으로 자기 ‘의지’를 꺼내는 순간이구나.
‘싫다’는 말 안에는,
내가 느끼는 것,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주도하고 싶은 삶이 담겨 있었던 거죠.
영유아기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세상과 부딪히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그전까지는
엄마가 해주는 대로,
어른의 선택을 따라가는 게 전부였던 삶.
그런데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색이 있고,
선호하는 방식이 있고,
‘나는 이걸 원해요’라고
조금씩 자기 뜻을 내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첫 언어가 바로 “싫어!”인 거죠.
아이의 말에 무조건 끌려다니는 것도,
반대로 무시하며 억누르는 것도
아이에게는 어려운 경험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중요한 건
‘수용 가능한 것’과 ‘양보하기 어려운 것’을 구분하는 태도입니다.
“오늘은 노란 옷이 아니라 빨간 옷이야”라고 고집부리는 아이에게
“그래, 오늘은 네가 고르도록 하자”는 선택권을 주되,
“도로에서 뛰는 건 안 돼”처럼
안전과 관련된 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지켜야겠죠.
아이에게는
내 뜻이 통할 때 ‘존중받는 느낌’을,
통하지 않을 때 ‘규칙을 배우는 기회’를
모두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른의 눈에는
고집처럼 보이고,
말을 안 듣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그건
아이 마음 안에서 자아가 단단해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자기 뜻을 표현하고,
세상과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아이는 점점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로 성장합니다.
그런 아이에게
"왜 말 안 들어!"보다는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말이
훨씬 깊은 영향을 남깁니다.
아이의 ‘싫어!’는
거절이 아니라
소속된 세계에서 나도 한 사람으로서 존재하고 싶다는 외침입니다.
그 작은 외침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부모는
아이에게 ‘자율성’과 ‘신뢰’를 동시에 심어줄 수 있어요.
오늘도 어김없이 “싫어!”라고 외치는 아이를 보며,
조금은 지치지만,
이 말이 아이의 자립심이라는 걸 기억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