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학생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허락해야 할까?

by 우리아이마음

아이의 말은 짧고 단호했다.

“다 있는데, 나만 없잖아.”

중학생이 된 아이는 어느 날 저녁,

조심스럽게 스마트폰 얘기를 꺼냈다.

이미 반 친구들 대부분은 갖고 있고,

그 아이들끼리는 단체 대화방도 있다며

‘나만 빠져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날 밤,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스마트폰을 허락해야 할까?

아니면 더 미뤄야 할까?


허락한다는 건 통제보다 신뢰를 주는 일

많은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통제해야 할 물건으로 여긴다.

중독, 유해 콘텐츠, 밤샘 사용, 성적 하락까지.

머릿속에는 늘 ‘문제’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허락하는 것은

단순한 물건 하나를 내어주는 일이 아니라,

‘네가 스스로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신뢰를 보낼 때,

그 신뢰가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걸

우리는 자주 잊는다.


‘안 된다’는 말 뒤에 숨겨진 불안

나는 왜 이렇게 주저할까.

결국 나 역시 두려운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아이를 내가 모르는 어딘가로 데려갈까 봐.

혹은 아이가 거기에 너무 빠져서

가족과의 연결이 끊어질까 봐.


그러나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우리들은 이미 각자의 방, 각자의 생각 속에

충분히 멀어지고 있었다.


스마트폰은 그저 ‘매개체’일 뿐,

가족의 소통이 사라지는 이유는

대화의 단절이지,

기계 때문만은 아니다.


늦게 줄수록 더 조심할까?

‘좀 더 크면, 더 이성적으로 잘 사용할 거야.’

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스마트폰은 경험으로 배워야 하는 도구다.

오히려 너무 늦게 허락받은 아이가

몰래 쓰거나, 갑자기 폭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기계를 오래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용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사용 규칙은 함께 만드는 것

나는 아이와 처음으로 사용 규칙을 함께 써 내려갔다.

단순히 ‘몇 시까지 꺼라’, ‘게임은 몇 분만 해라’가 아니라

“어떤 용도로 쓸 건지”

“너는 이걸 어떻게 관리하고 싶은지”

“부모는 어디까지 간섭해도 되는지”에 대해.

의외로 아이는 자기 입장을 말하면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 모습을 보고 나니

내 불안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결국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라 ‘관계’

스마트폰을 허락할지 말지는

정답이 없는 문제다.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고,

아이의 성향도, 부모의 태도도 다르니까.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아이가 어떤 기기를 갖고 있든,

그 아이의 마음을 부모가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


스마트폰은 갈등의 시작점이 아니라

신뢰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오늘도 아이의 사용 시간을 체크하기보다,

아이의 표정과 말투를 먼저 들여다본다.

그 작은 습관이 우리 사이를 조금씩 다시 이어주는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구미입주청소 추천, 스트레스 없이 마친 솔직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