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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망친 날, 부모가 해선 안 되는 말들

“그 말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닫게 만듭니다.”

by 우리아이마음

시험을 망친 날, 아이는 아무 말 없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가방은 거실에 던져놓은 채 방으로 쏙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죠.
한참을 망설이다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떻게 됐어?”
“몰라.”
짧은 한마디에
괜히 물었나 싶어 마음이 찜찜해졌습니다.

그 순간,
그저 말없이 앉아 있었어야 했다는 걸,
조금 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 예언자가 되지 마세요

아이가 기대 이하의 결과를 받아왔을 때
부모가 무심코 뱉는 말 중
가장 상처가 되는 말입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지.”
“공부 안 하더니 당연하지 뭐.”

이 말은 위로가 아니라 비난입니다.
‘예상했어’라는 말 속엔
이미 아이를 실패자로 본 시선이 숨어 있죠.

그 순간, 아이는
“나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사람”이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게 됩니다.


“너는 왜 항상 이래?” – 인격이 아닌 상황을 말해야 해요

시험 결과는 하나의 상황일 뿐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그걸 ‘아이의 성격’으로 일반화하면
그건 비난의 화살로 변합니다.

“너는 늘 그래.”
“맨날 그 모양이야.”

이런 말은
실패한 시험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부족하다는 메시지로 전달됩니다.
아이의 자존감을 한순간에 꺾을 수 있어요.


“다른 애들은 잘만 하더라” – 비교는 위로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가 시험을 망친 날,
다른 아이의 성적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같이 다닌 A는 95점이라던데…”
“네 친구는 학원 안 다녀도 잘하던데?”

이건
“너는 안 되는 애야”라는 말과 다르지 않아요.
비교는 아이의 동기보다
자기 혐오를 먼저 키웁니다.


“이러다 고등학교도 못 가겠다” – 미래를 겁주지 마세요

실패한 날, 아이는 이미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미래까지 끌어와 위협하면
아이에겐 아무 말도, 아무 위로도 들리지 않아요.

시험 성적은 순간의 기록이지
인생 전체를 결정하는 건 아닙니다.
무너져 있는 아이에게 던져야 할 말은
경고가 아니라 믿음입니다.


그날,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말

시험을 망친 날, 아이가 바라는 건
해답이 아닙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이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결과를 먼저 묻기보다,
“오늘 고생했지?”
“마음은 어때?”
이런 말이
훨씬 깊이 아이의 마음을 꺼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우리가 던진 말 한마디를 오래 기억합니다.
특히 실패한 날,
부모가 던진 시선과 목소리는
아이의 마음속에 '내가 어떤 존재인가’를 새깁니다.

그러니 시험 망친 날엔
조금 더 말없이,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봐 주세요.
그 하루를 어떻게 함께 보내느냐가,
다음 실패를 대하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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