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이 아니라 마음의 신호일 수 있어요
“양치하자.”
“싫어!”
“장난감 정리하자.”
“싫어! 안 해!”
“이제 어린이집 갈 시간이야.”
“싫어! 안 가!!”
하루에도 몇 번씩, 부모는 아이의 ‘싫어!’를 듣습니다.
어느 날은 웃으며 받아주지만,
어느 날은 울컥 화가 나기도 하죠.
“왜 이렇게 말이 안 통할까?”
“어떻게 이렇게 고집을 부릴까?”
하지만 아이의 ‘싫어’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본능적인 방식일 수 있습니다.
그 말 뒤에 숨겨진 진짜 감정의 얼굴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면,
아이의 행동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아직 복잡한 감정을 말로 설명하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운해도, 피곤해도, 불안해도
‘싫어’라는 단어 하나로 마음을 표현하곤 합니다.
낯선 상황이 불편할 때
엄마와 더 있고 싶을 때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올 때
무언가 두렵거나 걱정될 때
이 모든 상황이 ‘싫어!’라는 외침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그 한마디를 듣고
‘말 안 듣는 아이’로 단정짓기보다는,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 하고 묻는 자세가 먼저입니다.
아이의 ‘싫어!’에 대해 가장 흔한 반응은
“왜 또 그래”, “그만 좀 해”, “안 돼, 무조건 해야 해” 같은 말입니다.
하지만 이때 필요한 건 명령이나 제지가 아니라 감정의 확인입니다.
예를 들어,
“싫어!”라고 외치며 옷을 안 입으려는 아이에겐
→ “지금 입기 싫은 기분이구나. 아직 놀고 싶어?”
양치질 앞에서 매번 도망가는 아이에겐
→ “칫솔이 입에 들어오는 게 좀 불편한가 봐.”
이처럼 행동이 아니라 감정을 먼저 봐주는 말을 들을 때
아이의 몸은 조금씩 긴장을 풀고,
‘싫어!’ 뒤에 숨은 본래의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싫어’를 외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의사를 무시당했다는 느낌에서 비롯됩니다.
무언가를 강요당하거나, 이유 없이 지시를 받을 때
아이의 자율성과 경계선은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이럴 때는 아주 작은 선택권을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저항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양치할까? 아니면 5분 있다가 할까?”
“혼자 옷 입을래? 아니면 엄마랑 같이 입을까?”
이처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경험은
아이에게 통제감을 회복시켜주고,
거절 대신 수용의 마음을 키우는 발판이 됩니다.
아이의 ‘싫어’는 자율성과 독립성의 발달 과정입니다.
자기 생각이 생기고,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증거죠.
물론 그 표현이 투정이나 고집으로 나타날 수는 있지만,
그 속엔 “내가 하나의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요”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 말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는 점차 더 부드럽고 사회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게 됩니다.
아이의 ‘싫어’는 부모를 밀어내는 말이 아니라,
도와달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유 없이 떼쓰는 것처럼 보여도,
그 순간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감당하고 있는 중입니다.
부모는 그 과정을 함께 건너는 안내자가 되어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싫어!”라고 외치는 아이 앞에서
우리는 때때로 멈춰서 이렇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기분이었어?”
그 질문 하나가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문을 열어줄지도 모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고집 센 아이의 진짜 속마음’과,
그 고집을 ‘성장의 가능성’으로 바꿔줄 수 있는 부모의 대화법에 대해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아이의 감정은 언제나 이해받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