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엇을 통해 배울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경험하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 또한 일종의 환경이며, 대개는 어른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환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교육을 예로 들면 물질적인 것은 공간이 될 수도 있고, 공부를 하는 책이나 컴퓨터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정신적인 것은 주변 사람들이 인사를 잘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거나, 친구를 도와주는 마음을 보인다거나, 오랫동안 앉아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거나 하는 것일 것이다. 물질적인 것은 돈을 들이면 마련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것은 오랜 시간에 걸친 관심과 사랑, 그리고 반복을 통해 형성된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는 이런 주변 환경을 스스로 바꾸기가 어렵다. 좋은 친구를 선택하거나, 주변을 정리하고 깨끗이 하는 정도가 아마도 스스로 가능하게 하는 변화일 것이다. 이후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서부터 비로소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선택들이 늘어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어쩌면 성인이 된다는 것은 주어진 환경 속에 머무는 존재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독립된 개체가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정신적 독립과 물질적 독립이 이루어지는 상태, 그것이 바로 어른이 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른이 되어 있는 우리는 실제로 그러한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내가 원하는 환경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독립된 존재로서 선택하고 노력하고 있는지 말이다. 일을 하며, 관계를 맺으며 이런 질문을 자주 하게 되었다. 바로 그렇게 될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무언가에 종속되기도 하고, 때로는 회피하기도 하면서 우리는 천천히 자신의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내가 원하는 환경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조차 하지 않은 사람도 많고, 하다가 지쳐 버렸을 가능성도 크며, 그 답을 타인에게서 찾으려는 경우도 많다. 무브노드가 만들어 온 환경이 좋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다른 것을 원해 왔던 경험 속에서, 나는 스스로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먼저 발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꾸준히 관찰해야 하는 태도가 필요했다. 내가 어떤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한지,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숲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좋아하는 것을 마주했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셀 수 없이 많은 순간들이 그 단서가 된다. 그렇게 관찰을 통해 무엇을 발견하고 얻어 가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보다 지루하고 어려운 일이다. 계속 외부에 고정되어 있던 카메라를 내부로 돌리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그 방법을 가르쳐 준 적도 없고, 무엇을 통해 배워야 하는지도 잘 알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 보니 삶 속에서 아주 작은 힌트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해 페르소나 디자인 워크숍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 이 워크숍은 아주 가볍게, 시각 언어를 통해 자신을 관찰해 보는 방식이다. ‘나’가 아닌 또 다른 존재를 만들어 자신을 외부로 꺼내 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존재를 관찰하다 보면 결국 그것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표현된 것들, 선택한 것들, 만들어낸 이야기들.그 모든 것이 나로 드러난다. 직접적인 자기 고백이 아니기 때문에 표현은 더 자유로워지고, 타인의 시선에도 덜 상처받을 수 있다. 그것은 간단하지만 분명한 예술의 언어를 사용한다. 문화예술을 하게 된 것도 사실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나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다 보니, 문화예술적 언어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이러한 경험을 나누고 싶어 이 개념을 중심에 두고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