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바라보는 관점
최근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그래서인지 요즘 대화도 자연스럽게 과거에 대한 이야기로 흐른다. 그도 그럴 것이 계속 앞으로만 달려오다가 잠시 회사를 접으며 속도를 멈췄고, 나에 대한 생각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금 이웃들이 보고 있는 글은 대부분 새벽에 쓰인다. 예약을 걸어 낮에 올라가도록 설정해 두는 편이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 있다가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며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컴퓨터 앞으로 가 메모장을 열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불현듯 또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예전에 디자인티 블로그를 운영하던 시절에도 그랬다. 낮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작업을 하고 글을 쓰며 충분히 노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한데 막상 침대에 누우면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머릿속의 생각들을 하나씩 꺼내 돌려보고, 눌러보고, 들여다보게 되는데 그때 좋은 아이디어들이 떠올라 블로그에 글을 올릴 수 있었다. 가끔은 그 글들이 예상치 못한 반응을 얻기도 했다. 밤에 떠올렸던 포스팅 하나로 하루 방문자가 60만 명을 넘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그 밤의 시간들이 만들어 낸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밤의 시간은 아쉽게도 늘 불안을 동반한다. 요즘 나를 지배하는 생각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과거의 영광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까, 내 방식의 재생산이(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여전히 유효할까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더 좋은 생각을 하려고 애쓰고, 그 과정에서 또 새로운 작업들이 떠올라 쉽게 잠들지 못한다. 피곤하지만 살아 있는 느낌이 들어 그것은 나쁘지 않다.
복잡하게 설명하면 그렇고, 단순하게 말하면 낮에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탓이다.
그러나 믿고 있는 것은 있다. 블로그를 시작했던 그때도, 아무것도 없었던 그때도, 작업은 늘 재미있었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내가 좋았다. 그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과, 아주 미세한 피드백들이 나타나는 순간들이 행복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해나가야할 작업이 흥미롭고, 글을 쓰는 일이 즐거우며,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들을 만들어 낼 내가 기대된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계속 나는 성장하고 있고, 정리되며 안정된 생각들이 저장되고,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꾸문히 있다는 사실이 불안을 조금씩 다른 의미로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그 불안은 어쩌면 내가 성장하고 싶다는 긍정의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