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노드 X 수피우라
마카모디(가자미마을)의 부름을 받아 4월 1일부터 경주에서 한 달 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4일이 지났네요. 떠나기 직전은 늘 그렇듯 유난히 바빴고, 태백에서의 일을 와르르 정리한 뒤 도망치듯 경주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또 한웅큼의 일이 기다리고 있어 3일 동안 그것들을 정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지금 머무는 곳은 예전 우라분교 선생님들의 관사입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어딘가 이국적인 분위기의 공간에서, 밤에는 태백에서 가져온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낮에는 움직여야 하는 경주에서의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벚꽃이 만발한 이곳에 있으면서도 아직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네요. 오늘은 비가 내리는 경주의 주말입니다. 벽난로에 나무를 가득 넣어 불을 피우고, 점심이 지난 뒤 따뜻한 공간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집이 아니다 보니 약간의 불편함도 있습니다. 늘 무언가를 쌓아두고 사는 저에게는 더 그렇지요. 하지만 또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지는 법. 대신 이곳에는 멋진 풍경과, 일정한 여유가 있습니다. 불 피우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 작은 벽난로는 큰 즐거움이고, 아직 4월 초라 불을 지필 수 있다는 것도 작은 행복입니다. 근처에 슈퍼가 없어 무엇을 먹을지 미리 빡시게 고민하는 시간도 재미있고, 남는 시간에는 나무를 줍거나 낯선 마을을 산책하며 주변을 관찰합니다.
이번에 경주에 머무는 이유는 마카모디라는 팀의 초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마카모디와 관련된 팀들의 브랜딩 작업을 워킹로그 형태로 기록하고, 전촌의 생활사와 식문화를 매거진으로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래서 데스크톱과 모니터, 태블릿까지 잔뜩 챙겨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많아 정신이 없었지만, 나름 천천히, 그리고 또 빠르게 이곳에 적응해가고 있습니다.